30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사무소. 아기 7명을 안고 온 부부 5쌍에게 김윤홍 수원리 이장이 출산 장려금을 전달했다. 이날 아이 부모에게 지급된 출산 장려금은 모두 5500만원이다. 김윤홍 이장은 “2024년부터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마을을 떠났던 젊은이들이 돌아와서 집을 수리하고 결혼하고 있다. 이들 사이에서 2년 새 7명의 아기가 태어났다”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는 현재 주민이 500여 가구, 1100여 명이 살고 있다. 양배추와 콜라비 등을 재배하고, 해녀 10여 명이 활동하는 전형적인 반농반어 마을이다. 60대 이상이 절반이 넘는 등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소멸 위기 마을로 손꼽힌다.
마을에 사는 젊은이가 사라지는 것을 걱정하던 주민들은 묘안을 생각해냈다. 마을로 돌아온 부부들이 아이를 낳으면 2024년 1월 1일부터 첫째 아이에게 500만원, 둘째 이후부터는 각각 1000만원의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지원 조건으로 태어난 아기의 부모와 할아버지가 모두 수원리 출신이어야 한다는 것을 내걸었다.
이 같은 지원책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 2024년에 4명이 태어나면서 첫 출산 장려금 대상이 됐다. 이어 2025년에도 3명이 태어났다.
수원리가 이처럼 출산 장려금을 지급할 수 있는 것은 마을 앞바다에 자리 잡은 제주한림해상풍력 단지 사업이 시행되면서 가능해졌다. 한림해상풍력은 총사업비 5700억원을 투입해 547만㎡ 공유수면에 풍력발전기 18기를 설치한 사업이다. 발전 용량은 100㎿로, 연간 7만∼9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마을 주민 667명은 협동조합을 만들고, 한국에너지공단을 통해 저율 고정금리(2.25%)의 정부 정책 자금 200억원을 빌려 풍력발전 사업에 투자했다. 주민 참여형 풍력발전 사업에 참여한 조합은 올해부터 연 약 14억원(7%)에 달하는 고정 수익금을 받는다. 조합은 또 해상풍력발전 사업 운영사로부터 2044년까지 20년 동안 매년 7억원의 마을발전기금을 받는다.
마을 주민들은 풍력발전 수익금과 발전기금을 활용해 출산 장려금과 학생 장학금을 주면서 젊은 세대를 끌어모으기로 뜻을 모았다. 2023년부터 수원초등학교와 병설유치원에 입학하는 어린이에게 1인당 입학 장려금 3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또 수원리에 거주하는 중학생과 고등학생에게는 매년 900만원 한도에서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대학생에게 매년 100만원을 졸업 때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김윤홍 이장은 “출산 장려금 지원은 2년 전에 결정됐지만 풍력발전 수익금이 실제로 들어오는 올해부터 지급하게 됐다”며 “출산 장려금을 지원하면서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거나 돌아오고 있고, 초등학교 입학생도 5명 가량 더 늘어나 학교와 마을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장은 이어 “수익금이 쌓이면 마을 출신에 한정했던 지원금 대상을 넓혀 외지에서 이사해 정착한 이주민에게도 지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