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전 부산 영도구 부산항 영도크루즈터미널. 중국 상하이에서 13만5500t급 크루즈선이 들어왔다. 원래 상하이와 일본 후쿠오카를 오가던 배다. 중국인 관광객 1400여 명이 쏟아져 나왔다. 샤오푸아(22)씨는 “한국 드라마에서 자주 본 어묵 국물을 맛보고 싶다”며 “저녁에는 갈비를 사 먹을 계획”이라고 했다. 이들은 10시간 정도 용두산공원과 자갈치시장, 해운대, 해동용궁사 등을 둘러본 뒤 상하이로 떠났다. 비슷한 시각 인천 연수구 인천항 크루즈터미널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 1500여 명으로 붐볐다. 대부분 중국의 한 헬스케어 기업 직원이다. 중국 톈진항에서 7만7000t급 크루즈선을 타고 왔다. 다이시(35·베이징)씨는 “‘K뷰티’에 관심이 많아 서울 명동에서 미용 시술을 받고 화장품도 살 계획”이라고 했다.
중국 크루즈가 한국으로 몰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일 외교 갈등으로 일본 대신 한국으로 뱃머리를 돌리는 중국 크루즈 선사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중국 크루즈선 8척이 찾았던 부산항에는 올 들어 이미 6척이 들어왔다. 올해 부산항에 입항하겠다고 신고한 중국 크루즈선은 총 173척으로 지난해의 22배다. 관광객 수는 지난해 3만9133명에서 66만477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부산항만공사는 전망한다. 부산항만공사 측은 “중국 크루즈 덕분에 올해 총 90만명이 넘는 크루즈 관광객이 부산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부산항이 개항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라고 했다.
인천은 올해 54척이 입항 신고를 했다. 지난해 들어온 크루즈(5척)의 11배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지금도 계속 문의가 들어오고 있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크루즈선은 규모가 큰 고급 여객선이다. 승객 3000~5000명을 태우기도 한다. 한 번 들어오면 보통 8시간 정도 머문다. 승객들은 주변 관광지로 나가 쇼핑 등을 즐긴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크루즈 한 척이 승객 3000명을 태우고 입항하면 평균 8억원이 지역에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치 못한 손님에 지방자치단체들은 들뜬 모습이다.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는 중국 최대 여행 플랫폼 ‘플리기(Fliggy)’와 모바일 메신저 ‘위챗(WeChat)’에 부산 홍보 광고를 시작했다. 30일 중국의 크루즈 선사인 ‘로열 캐리비언’ 임직원을 초청해 팸투어도 진행한다. 부산관광공사 관계자는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을 단골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인천관광공사 직원들은 중국인 관광객이 들어오면 한복을 입고 나가 맞이한다. 인천시와 인천관광공사는 다음 달부터 인천항 크루즈터미널과 상상플랫폼,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인천경제자유구역 홍보관 등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중국 크루즈 선사의 의견을 반영해 제주 도심 관광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항구 근처 상인들도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횟집을 하는 배수연(62)씨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킹크랩을 더 많이 준비했다”며 “모처럼 시장이 들썩인다”고 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9일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부산항 크루즈 승하선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었다. 밀려 들어오는 중국인 관광객에 대비해 입국 심사 인력 충원 등 대책을 논의했다.
이철진 동서대 글로벌관광대학 교수는 “그동안 한한령과 코로나 여파로 중국 크루즈 실적이 미미했는데 반사이익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짝 특수에 그치지 않도록 ‘K컬처’와 연계한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