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전 강원 양구군 양구읍 청춘체육관. 조용한 시골 마을 실내 체육관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10·20대 태권도 선수 100여 명이 발차기를 하고 있었다. “얍! 얍!” 한겨울인데도 체육관 안은 기합 소리로 뜨거웠다.
이들은 강원 춘천·철원, 경기 수원, 인천 등에서 전지훈련을 온 태권도 선수들이다. 지난 2일부터 20일 일정으로 양구를 찾았다. 김익현 춘천 강원체중 태권도팀 코치는 “전국 곳곳에 전지훈련을 다녀봤지만 양구처럼 체육관을 무료로 빌려주고 난방까지 틀어주는 곳은 드물다”고 했다.
이 중엔 홍콩 태권도 대표팀 선수단 13명도 있었다. 관쯔록(Kwan Tsz Lok) 코치는 “한국 태권도 코치의 소개로 양구를 알게 됐다”며 “걸어서 3분 거리에 체육관과 트레이닝장이 모여 있는데 전지훈련지로 최고”라고 했다.
인구 2만명 양구가 ‘스포츠 성지’로 떠올랐다. 작년 한 해 양구에선 역도, 축구 등 111개 전국 대회가 열렸다. 또 113팀이 전지훈련을 했다. 양구군 관계자는 “선수, 감독 등 총 34만여 명이 양구를 찾은 것으로 추산한다”고 했다. 양구 인구의 17배다. 올해 1~2월에만 해도 각종 테니스 대회와 유도 대회, 유소년 야구·농구 대회가 잇따라 열린다. 현재 양구에서 전지훈련 중인 태권도·테니스·야구 선수만 해도 700여 명이다.
양구가 스포츠 전진 기지로 자리 잡은 비결은 ‘밀집형 체육 인프라’다. 종합운동장을 중심으로 축구장과 야구장, 테니스장, 체육관 등이 도보 10분 이내 거리에 몰려 있다. 주변엔 선수들이 머무를 수 있는 숙소도 줄줄이 들어서 있다. 김성규 강원체고 태권도 코치는 “숙소와 경기장이 가까워 하루에 여러 번 훈련할 수 있다”고 했다.
양구는 원래 군부대 의존도가 높았던 지역이다. 2019년 육군 2사단이 해체되면서 병력 2300여 명이 빠져나갔고, 지역 경제도 급격히 위축됐다. 이때 양구군이 찾은 해법이 스포츠 마케팅이다. 허남원 양구군 스포츠재단 사무국장은 “대규모 산업 단지를 유치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에 체육 시설을 활용해 스포츠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로 했다”며 “다행히 전략이 제대로 먹혔다”고 했다.
양구는 스포츠 산업을 장기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올 상반기엔 종합 스포츠 타운과 역도 전용 연습장을 열고, 하반기엔 축구장·야구장을 갖춘 종합 체육공원을 완공한다. 2030년까지 1179억원을 투입해 양구읍 하리에 ‘스포츠 행정 복합 타운’도 조성할 계획이다. 서흥원 양구군수는 “재활과 스포츠 교육, 관광까지 아우르는 사계절 스포츠 도시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