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등·지방검찰청 전경. /뉴스1

선배 경찰관이었던 법무법인 사무장에게 수사 정보를 넘긴 부산 경찰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경찰 퇴직 선배가 사무장으로 있는 법무법인에 수사받던 피의자들에게 소개하는 ‘경찰판 전관예우’행태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 서정화)는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현직 경찰관 A(49)경위와 B(58)경감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이들은 부산경찰청과 부산 지역 경찰서 소속으로, 직급은 경감 2명과 경위 2명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8월 뇌물공여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C(44)씨 등 현직 변호사 2명을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21년 2월부터 2024년 3월까지 C씨 법무법인 소속 경찰 출신 사무장 D·E씨에게 자신들이 맡고 있는 사건의 진술 내용과 검거 상황, 구속영장 신청 계획 등 수사 기밀을 수차례 누설한 혐의를 받는다.

D씨는 현직 경찰관 신분으로 C씨의 법무법인에서 무등록 사무장으로 근무했다. E씨는 퇴직한 이후 C씨의 법무법인에서 사무장으로 일했다.

C씨 등은 2021년 3월부터 2023년 9월까지 D씨로부터 경찰 수배 정보와 수사 편의, 사건 수임 등을 제공받고 318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부산지검은 이번 사건을 지역 토착형 ‘법조·경찰 유착 비리’ 사건으로 규정했다.

부산 한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인 C씨는 사건 수임과 수사 정보를 얻기 위해 전·현직 경찰관들을 사무장으로 고용했다. 이후 C씨는 이들을 통해 영장 신청 계획과 실시간 검거 상황, 감정 결과 등 핵심 수사 기밀을 지속적으로 빼냈다고 한다.

이를 통해 C씨 등은 의뢰인들에게 “우리가 경찰 수사팀과 이미 얘기가 다 되어 있다”고 과시하며 고액의 수임료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마약 사건 담당자였던 A씨는 피의자의 소변 감정 결과와 구속 영장 신청 정보를 E씨에게 알렸다. 이를 통해 변호사는 범행을 자백하려던 의뢰인에게 “증거가 나온 게 없으니 무조건 부인하자”고 종용해 진술을 번복시켰다고 검찰은 전했다.

또 특수강간 사건 수사팀장인 B씨는 공범이 체포된 상황을 실시간으로 E씨에게 알렸다고 한다. 이를 통해 C씨의 법무법인은 의뢰인이자 특수강간 피의자들에게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유심칩을 교체하거나 초기화된 기기를 들고 검찰에 출석하게 하는 등 증거를 인멸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경찰들은 강간 사건 피의자에게 D씨의 명함을 주거나, 수배자의 지명수배 내역 등을 무단으로 조회해 유출하기도 했다. 다만 D씨는 수사 개시 전 질병으로 숨져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고, E씨는 현행법상 수사 기밀을 제공받은 상대방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어 기소하지 못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변호사가 수사 정보를 미리 알고 있어 선임했다’는 마약 사범의 제보로 수사에 착수, 디지털 포렌식 분석 등을 통해 ‘법무법인-경찰 출신 사무장-현직 경찰관’으로 이어지는 수사 정보 유출 구조를 규명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