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규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장 측이 AI로 만든 합성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박병규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장이 함께 등장한 인공지능(AI) 합성 사진이 온라인상에서 유포돼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31일 광주광역시 정계에 따르면, 최근 광주 광산구를 기반으로 수백 명이 모인 소셜미디어(SNS) 단체 채팅방에 이재명 대통령과 박병규 광산구청장이 밝은 표정으로 함께 있는 사진이 게시됐다. 해당 사진은 박 청장의 행정력을 극찬하는 기사의 일부처럼 보이도록 구성됐다. 실제로는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을 멋대로 첨부한 것이다.

특히 이 사진에는 금호타이어 화재 대피소에서 이 대통령(당시 대통령 후보)과 박 청장이 함께 주민을 만나는 모습이 담겼다. 하지만 AI로 합성된 ‘가짜 사진’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5월 17일 오후 10시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대피소에서 이재민을 만나 위로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박병규 광산구청장에게서 상황 보고를 받고 나서 체육관에 설치된 텐트 안에 머무르는 이재민을 만나고 자원봉사자와 공무원도 격려했다.

당시 민주당 광주시당이 제공한 사진에는 이 대통령이 심각한 표정으로 이재민 발언을 경청하는 모습이 담겼다. 박 청장은 아예 이 사진에는 없었다. 그런데 AI로 이 대통령 바로 옆에 박 청장이 앉은 모습을 가짜로 만든 것이다. 당시 엄숙한 상황에 맞지 않게 표정도 웃는 모습이다.

광주 정계에선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새로운 사진을 ‘생성’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왔다. 합성 사진을 생성하고 배포한 인물이 누구인지 특정되지는 않았다. 박 청장에게 유리한 성격의 게시물인 점을 고려하면 그의 지지자 중 하나로 추정된다는 풀이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5월 17일 민주당 후보 시절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대피소에서 이재민의 이야기를 듣고있다. AI 제작에 활용된 원본 사진이다./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재선을 노리는 박 청장에게 이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은 유권자들에게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지역 정가의 평가다. 다만 임의로 생성된 ‘가짜 사진’이 유권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단톡방에 참여하는 광산구 주민은 “언론 기사와 함께 게시된 사진이어서 합성이라는 생각을 못 했다”며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합성 사진을 만들어야 했는지 오히려 반발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청장을 위한 온라인 홍보가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 청장의 측근들은 SNS 단체방 등에서 박 청장이 선호도 1위를 차지한 여론조사 결과를 잇달아 홍보하다가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총선 과정에서도 AI 기술을 활용한 합성물의 악용 우려가 나왔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90일 전부터 선거운동을 위한 딥페이크 영상의 제작과 유포 등을 금지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는 AI 생성물임을 알리는 워터마크 표시를 의무화한 이른바 ‘AI 기본법’이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