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변호사회(부산변회)가 “구속된 수감자들에 대해 변호인 접견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접견 관련 문제로 집단소송을 제기한 것은 부산변회가 처음이다.
부산변회는 30일 대한민국을 상대로 39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장을 부산지법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소송에는 부산변회 소속 회원 39명이 참여했다. 손해배상 금액은 1인당 100만원으로 책정했다. 부산변회 관계자는 “접견권 침해 횟수와 침해 정도 등 피해 범위를 구체화할 예정”이라면서 “추후 손해배상액이 증액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부산변회에 따르면, 2021년 5월 법무부는 구치소·교도소 등 교정 시설의 변호인 접견 신청을 온라인 직접 예약 방식으로 일원화했다. 이전에는 이메일이나 팩스로 접견 신청서를 제출한 뒤 일정을 확정받는 방식이었다. 당일 신청·접견도 가능했다. 빈 접견실이 있다면 사실상 언제든 수감자와 접견이 가능했다.
하지만 현재는 당일 접견 신청이 불가능하다. 긴급한 경우에는 교정 시설 재량으로 당일 신청을 받지만, 이마저도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고 부산변회는 지적했다. 또 접견 예약 신청은 30분 단위로 가능하고, 그마저도 오후 5시까지로 제한돼 과거보다 접견을 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부산변회가 최근 소속 회원 255명을 상대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약 84%가 ‘과거에 비해 접견 과정이 불편해졌다’고 응답했다. 접견 신청일부터 실제 접견이 이뤄지기까지 걸린 시간이 ‘6일 이상’이라고 답한 회원이 전체 회원의 67%인 171명이었다.
부산변회 관계자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부산에서 유독 접견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 부산구치소의 과밀 문제로 추정된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부산변회 소속 변호사가 부산구치소에 접견 신청을 진행했으나, 내년 1월 12일까지 접견 예약이 가득 차 있어 불가능했다.
부산변회는 부산구치소의 접견 관련 문제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접견 예약이 어려워 피고인을 접견하지도 못한 채로 공판 기일에 출석하는 경우가 잦다고 했다.
또 의뢰인 의사와 상관없이 변호인이 관할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선고 이후 기한 내에 항소장을 제출해야 하지만 그 사이 접견 예약이 불가능해 일단 항소장부터 법원에 낸 뒤 의뢰인에게 항소 의사를 확인하는 것이다.
김용민 부산변회 회장은 “현행 제도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변호인 접견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면서 “조속한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