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원양 어선 선원들에게 임금에 붙는 세금을 내지 않을 수 있다고 유인해 해외 선사에 취업시킨 뒤 불법 중개료를 챙긴 일당이 해경에 적발됐다.
남해지방해양경찰청은 선원법 위반 혐의로 선원 송출 업체 대표 50대 남성 A씨 등 2명을 검찰에 구속 송치하고, 공범 B씨를 불구속 송치했다고 29일 밝혔다.
해경은 또 해외에서 번 돈을 타인 명의 계좌로 받아 탈세한 선원 38명을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혐의로, 유령 법인 계좌를 빌려준 대표 8명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각각 입건했다.
A씨 등은 2020년 11월부터 올 5월까지 고액 탈세를 미끼로 국내 원양 참치 어선 선장 등 베테랑 선원 44명을 모집해 필리핀 선사에 취업시키고, 이 중 34명에게서 취업 대가로 미화 44만달러(약 5억8000만원) 상당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현행법상 선원 송출 업체는 선원을 고용하는 주체인 선사에만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A씨 등은 선원들에게 고액 소득세를 회피할 수 있다고 유인해 선원들을 해외 선사에 취업시키고, 그 대가로 선원들로부터 5억8000만원 상당의 취업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A씨 등은 소개비 명목으로 1년에 선장과 기관장에게 각각 미화 1만달러와 5000달러를, 신규 선장과 기관장에게 3만달러와 1만달러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선원들은 해외 선사에 취업했지만 국내에 별도로 취업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가족이나 지인, 유령 법인 계좌들을 활용해 월급을 국내로 보내는 수법으로 세금을 내지 않았다. 이를 통해 적게는 35%, 많게는 45%에 달하는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선원들은 이 같은 수법으로 370억원 상당을 월급으로 챙긴 뒤 150억원 상당의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A씨가 운영한 회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필리핀에 선원 취업을 시켜왔다. A씨 업체가 해외에 알선한 국내 원양 참치 베테랑 선원은 100여 명에 달한다. 이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해외 업체에 취업한 국내 원양 참치 베테랑 선원의 50%에 달한다.
남해해경청은 최근 숙련된 기술을 가진 원양 어선 인력이 해외로 취업하는 사례가 늘어난 배경을 살피다가 수사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해경 관계자는 “어업 노하우와 핵심 조업 기술을 보유한 베테랑 선원들이 해외로 유출될 경우 우리나라 원양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A씨 업체가 고용한 선원 100여 명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