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악용해 프로야구 경기와 유명 가수 공연 티켓을 대량으로 구매한 뒤 이를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비싼 가격에 판매한 온라인 암표상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온라인 암표상 5명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29일 밝혔다.

30대 남성 A씨 등 3명은 프로야구 시즌권의 구조적 허점을 악용했다. 이들은 가족과 지인 명의 계정 4개를 이용해 프로야구 시즌권을 구매했다. 이어 시즌권 혜택으로 제공되는 선예매권을 활용해 티켓을 대량으로 구매한 뒤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비싼 가격에 되팔았다고 한다.

A씨 등은 2022년 7월부터 올 11월까지 이 같은 수법으로 7400여 차례에 걸쳐 티켓 1만8300장을 확보한 뒤 되팔아 약 7억3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50배 이상 비싸게 판 적도 있었다고 한다.

20대 남성 B씨는 2023년 10월부터 올 8월까지 티켓 구매 대기열을 건너뛰고 바로 좌석을 고르는 예매창 링크를 추출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프로야구 티켓 3360장을 구매한 뒤 이를 되팔아 1억3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20대 남성 C씨는 올 5~7월 좌석 자동 선택과 반복 클릭, 취소표 자동 감지 매크로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해 유명 남자 아이돌 그룹 ‘라이즈’ 콘서트 티켓 등 가수 공연 티켓 55장을 구매한 뒤 되팔아 8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C씨는 16만원짜리 라이즈 콘서트 티켓 2장을 170만원에 팔았다고 한다.

경찰은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 모니터링을 진행하던 중 티켓 판매 글을 자주 올리거나 비정상적으로 빠른 시간에 예매된 정황 등을 확인해 피의자를 특정했다. 이어 압수수색 등을 통해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과 장부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또 이들이 티켓 재판매로 얻은 8억7000만원 상당을 기소 전 추징 보전을 마쳤다.

부산경찰청은 중고 거래 사이트에 동일한 IP에서 반복적으로 티켓 판매 글을 올리는 횟수를 제한하고, 티켓 재판매 시 금액 상한선을 설정하는 등 제도 개선 사안을 관련 업체와 부처에 전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온라인 암표 판매가 개인의 일탈이 아닌 기술을 악용한 구조적·반복적 범죄임이 확인됐다”며 “앞으로도 온라인 암표상에 대한 수사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