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대전시의회 홈페이지 진정 민원접수 게시판에 올라온 대전 충남 행정통합 추진에 반대하는 민원글들. /대전시의회 홈페이지 캡처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전·충남 행정 통합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통합에 반대하는 주민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전시의회 홈페이지에 400여 건의 ‘행정 통합 추진 반대’ 민원이 접수됐다. 이어 국회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주민투표로 통합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어야 한다는 청원도 올라왔다.

28일 대전시의회 진정·민원 접수 게시판에는 지난 21일부터 접수된 통합 반대 관련 진정이 한 주 만에 430건을 넘었다.

고모씨는 “대전·충남 특별시는 미래를 위한 결단이 아니라 대전시의 정체성을 약화하고 대전이라는 도시를 사라지게 만드는 일”이라며 “대전·충남 특별시 내 가장 큰 지역은 수도권과 가까운 천안·아산 등 충남 기초단체가 될 것이고, 대전 5개 구는 작은 변두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서울의 역할을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한 결단은 내리지 못하면서 왜 대전을 실험장으로 만드느냐”며 “시민 의견은 제대로 묻지도 않고 4년 임기 국회의원들끼리, 4년 임기 지자체장들끼리 마음대로 결정하고 추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모씨도 “단순한 행정 통합이 아닌, 대전이라는 도시를 사실상 해체하는 문제”라며 “주민투표로 시민 뜻을 물어야 한다. 시민 동의 없는 대전광역시 해체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밖에 “인구 분산을 하고 싶으면 세종으로 수도 이전을 해야 한다” “창원도 통합할 때 주민투표 거치고 몇 년간 심사숙고했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대충’ 통합하려 하느냐”며 통합 반대 글들이 올라왔다.

이들은 반년도 남지 않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같은 중요한 사안을 주민투표도 없이 졸속 추진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또 충남과의 행정 통합으로 ‘빵, 과학 도시, 꿈돌이’ 등 대전시라는 브랜드가 가진 고유의 정체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6만4000여 명이 가입한 지역 커뮤니티인 대전·세종부동산풍향계는 지난 27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 게시판에 ‘대전·충남 행정 통합에 대한 국민투표 요청에 관한 청원’ 제목으로 국민 청원을 올렸다. 이들은 청원 취지에서 “대전·충남 행정 통합은 단순한 행정 효율화 정책이 아니라 행정 체계와 재정 구조, 공공 서비스 제공 방식, 지역 정체성에 이르는 광범위한 변화를 수반하는 중대한 결정”이라며 “이러한 중대한 정책 결정이 주민의 직접적인 의사 확인 절차 없이 일부 정치인과 행정기관의 판단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이어 “주민의 명확한 의사를 묻는 공식적인 절차 없이 행정 통합을 결정하는 것은 정책 추진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약화하고, 앞으로 정책에 대한 주민 수용성과 신뢰를 저해할 것”이라며 “대전·충남 행정 통합 추진에 앞서 해당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공식적인 국민(주민) 투표를 실시하라”고 요청했다. 해당 청원은 100명의 동의를 얻어 청원 요건 심사 대상이다.

한편 이 카페가 자체적으로 진행 중인 ‘대전·충남 행정 통합 특별시’ 찬반 투표에는 이날 정오 기준 2491명이 참여한 가운데 85.6%(2133표)가 통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합 찬성은 297표(11.8%), 기권은 65표(2.6%)로 나타났다.

대전·충남 지역 시민 단체들도 “주민투표 없이 진행되는 행정 통합은 주권 침해”라고 반발하는 등 비판 여론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대전·충남 행정 통합은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소속인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도지사, 양 시·도의회 의장이 공동 선언문을 채택·발표하면서 추진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 18일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 통합을 제안하고, 이어 여당이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양 시도 행정 통합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