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빨간색 재킷을 입은 남성이 등장했다. 부산의 어묵 회사, 삼진식품의 박용준 대표였다. 주식시장에서 빨간색은 주가 상승을 상징한다. 회사 직원 40여 명이 ‘어묵을~ 세계로!’라고 쓴 플래카드를 흔들었다.

이날 삼진식품은 국내 어묵 업계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하는 기록을 썼다. 투자자들의 관심도 쏟아졌다. 앞서 지난 11~12일 진행한 주식 청약은 경쟁률 3224.76대 1을 기록했다. 올해 주식 청약 중 최고 경쟁률이었다.

박 대표는 “코스닥 상장을 계기로 생산 기반을 확충하고 해외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삼진식품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어묵 회사다. 1953년 고(故) 박재덕 명예회장이 부산 영도 봉래시장에 문을 열었다. 박 대표는 박 명예회장의 손자다.

2013년 프랜차이즈 제과점과 비슷한 어묵 매장을 열어 어묵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는 평을 받는다. 고추튀김어묵, 통새우말이어묵 등 다양한 어묵 제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2017년 이후 인도네시아와 호주, 베트남 시장에도 어묵을 수출하고 있다. 올 1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 참가해 ‘블루 미트 파우더’를 공개했다. 생선살을 곱게 갈아 집에서도 어묵을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신제품이다.

지난해 어묵 하나로 매출 964억원을 올렸다.

국내 어묵 시장은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4년 5200억원이었던 시장 규모가 지난해 8800억원으로 10년 만에 69% 성장했다. 반찬이나 간식거리에서 ‘K푸드’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 어묵 10개 중 4개가 부산에서 나온다. 삼진식품과 고래사어묵, 범표어묵, 미도어묵, 환공어묵 등 27개 업체가 어묵을 만든다.

부산시 관계자는 “삼진식품의 상장을 계기로 부산 어묵 시장이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부산 어묵을 관광 상품으로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