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법·지법 청사./뉴스1

20대 여성을 ‘가스라이팅(상대방의 심리를 조작해 지배하는 일)’해 100억원가량을 뜯어낸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대구고법 형사2부(재판장 왕해진)는 1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1심이 내린 징역 20년을 파기하고 징역 16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3년 12월쯤 중고 거래 앱에서 만난 20대 여성 B씨에게 “영국 국적 교포로 유럽에서 10년 정도 살았다. 지금은 유명 호텔에서 일한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후 B씨가 A씨에게 호감을 보이자 사귀는 척하면서 가스라이팅을 시작했다. “한국 국적을 얻는 데 돈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돈을 뜯기 시작해 38차례에 걸쳐 4억7000여 만원을 가로챘다.

이 과정에서 B씨 부모가 재력가란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B씨에게 거짓말을 하도록 시켜 180차례에 걸쳐 총 96억원을 뜯어냈다.

A씨는 B씨에게 얻은 돈으로 4억원이 넘는 수퍼카와 명품 시계 150개를 사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 또 70억원가량을 자금 추적이 어려운 상품권으로 바꾼 뒤, 이를 다시 개인 상품권 업자에게 되팔아 현금화하고 숨긴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분노를 고려하더라도 대법원의 양형 기준에 비춰 1심 선고가 무겁다는 피고인 A씨의 양형 부당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