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10세 아이가 병원 12곳에서 이송을 거부당해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이 아이는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16일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1분쯤 부산 사하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에서 수액을 맞던 A(10)양이 갑자기 의식 저하와 호흡 곤란 증세를 보였다. A양은 감기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고 한다.
의사는 119에 신고했고 119구급대가 오전 10시12분쯤 의원에 도착했다. 구급대는 A양을 옮기기 위해 근처 대학병원 등 12곳에 연락했지만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소아과 전문의가 없다’ ‘소아 병상이 부족하다’ ‘배후 진료가 불가능하다’며 수용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구급대는 13번째 연락한 종합병원에서 “A양을 수용할 수 있다”는 답을 받았다. 오전 10시36분쯤이었다. 구급대는 약 15㎞ 떨어진 종합병원으로 달렸으나 A양은 도착 직전 의식을 완전히 잃고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A양은 응급 처치를 받았으나 의식을 찾지 못해 오전 11시37분쯤 인근 대학병원으로 다시 이송됐다. 3차 병원까지 오는데 약 1시간20분 걸린 것이다. A양은 16일까지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에선 지난 10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건물에서 추락한 고등학생이 1시간 넘게 병원을 찾지 못해 결국 숨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보건복지부 업무 보고에서 응급 환자와 119구급대가 치료할 병원을 찾아 헤매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현실은 지금도 몇 시간씩 뺑뺑이를 돌다가 (환자가) 죽지 않느냐”며 “이걸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 대책이 뭐냐”고 정은경 장관에게 물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병원들이 소아중환자실 병상 가용 여부 등을 고려해 수용을 결정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은 ‘응급실 뺑뺑이’와 다르다”고 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병원에서 병원으로 전원 과정에서 생긴 일로 응급실 뺑뺑이와는 다른 사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