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부산 동구 남해해양경찰청에 한 외국인이 영문 감사패를 들고 찾아왔다.
감사패에는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 이름과 함께 ‘위조품과 전쟁, 지식재산권 보호에 대한 남해해경의 확고한 헌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쓰여 있었다. 감사패를 들고 온 사람은 마얀크 베이드 루이비통 아시아태평양 지식재산권 책임자였다. 그는 남해해경에 “위조품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돼 골치가 아팠는데 남해해경이 최근 위조품을 많이 압수했다”며 “어려운 일인데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남해해경은 최근 상표법, 관세법 등 위반 혐의로 밀수업자 A(43)씨를 구속하고 공범 3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2023년부터 지난 5월까지 2년간 219차례에 걸쳐 중국산 위조 명품 7565개를 밀수해 온라인 쇼핑몰에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정품 가격의 3분의 1에 위조품을 팔았다고 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향수 제품에선 인체에 유해한 성분도 검출됐다고 한다. 남해해경은 대구에 있는 창고를 덮쳐 루이비통, 구찌, 샤넬 등 위조 명품 4100개를 압수했다. 정품 시가로 치면 108억원 상당이다.
이 일로 남해해경은 지난 4일 ‘구찌’에게서도 감사패를 받았다. 연달아 감사패를 받은 것이다. 명성민 남해해경 수사과장은 “명품 브랜드들이 이렇게 고마워할 줄 몰랐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단속하겠다”고 했다.
루이비통은 2023년에도 인천에 있는 해양경찰청을 찾아 감사패를 전달한 적이 있다. 당시 해경은 정품 시가 1조5000억원 상당의 위조품을 밀수한 조직을 검거했다. 해경 단속 사상 역대 최대 규모였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기업들은 지식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자체적으로 감시 조직을 운영하는 등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지만 신통치 않은 경우가 많다”며 “위조품을 뿌리 뽑기 위해선 민·관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