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이철우 경북지사는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중앙정부가 나서도 쉽지 않은 저출생 문제를 인구 250만이 조금 넘는, 광역단체장 17명 중 1명이 총대를 메고 나선 것이다. 일부에서는 ‘전쟁’이라는 표현이 과하다는 말도 했다. 그럼에도 이 지사는 “인구 5000만명을 유지하려면 연간 70만명이 태어나야 하지만 현실은 25만명 수준에 그쳐, 매년 45만명이 사라지는 셈이다. 그 어떤 전쟁도 이렇게 많은 인구를 잃지는 않았다”며 “경북도가 다소 과격한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저출생과 전쟁에 나선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승리를 말하긴 어렵지만, 승리를 기대할 만한 긍정적인 변화는 나타나고 있다. 이 지사가 전쟁을 선포하고, 저출생 극복 정책 마련과 집행에 화력을 쏟아부으면서 지난해부터 출생아 수 증가 등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2023년 0.86명이던 경북 지역 합계 출산율은 지난해 0.90명으로 상승했다. 경북 지역 합계출산율 상승폭은 전국 평균보다 높다.
이 지사는 “지난해 시작한 저출생과의 전쟁은 정부의 ‘인구 국가 비상사태 선언’을 견인했고, 2025 경주 APEC에서는 ‘인구 구조 변화 공동 대응’이 핵심 의제로 채택되며 글로벌 어젠다로까지 확산됐다”며 “출생아 수와 혼인 건수가 증가하고,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등 희망의 신호가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갈 길은 먼 상황인 만큼 저출생 극복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출생이 전쟁보다 더 심각하고, 무섭지만,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아직 많은 것 같다.
“저출생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이어지고, 이는 노동력 부족에 따른 성장 둔화, 국방 안보 위기, 복지비 증가로 건강보험 재정 악화, 연금 재정 고갈 등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국가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 역사 속에서도 그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수천 년 전에도 저출생은 국가의 생사와 직결돼 있었다. 천년 제국 로마를 두고, 역사학자 에드워드 기번은 “제국의 위력은 인구에 있다”고 평가했다. 거대한 인구를 기반으로 전성기를 누렸던 로마는 저출생과 인구 감소에 직면했고, 이는 제국 멸망으로까지 이어졌다. 이처럼 저출생은 한 나라의 미래와 운명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다. 현재 우리나라 저출생 상황은 전 세계의 우려 대상이다. 2023년 합계출산율 0.72명이 2024년에 반등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여전히 전쟁 중인 국가보다 낮을 정도로 인류사에 유례없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
-지난해 1월 ‘저출생과의 전쟁’ 선포 이후 출생률 상승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를 견인한 경북도의 정책이나 사업을 소개해 준다면.
“경북에서 시작한 사업 중 현장 반응이 높았던 대표적 사례는 ‘K보듬 6000’을 들 수 있다. 지역이 함께 아이를 돌보는 경북형 돌봄 모델로 평일 오전 7시 30분부터 자정까지, 주말·공휴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365일 무료로 운영된다. 도내 13개 시·군에서 78개 시설이 운영 중이며, 전 시군으로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 9월까지 이용한 아동만 11만명이 넘을 정도로 현장의 반응이 뜨겁다. 또 하나는 경북도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일자리 편의점’이다. 말 그대로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듯이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에게 단기 일자리를 제공하고, 근무 시간에는 자녀 돌봄까지 지원하는 사업이다. 일본 나기초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 경북 실정에 맞게 도입했다. 지난해 구미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 포항·예천 등 3곳이 운영 중이며, 9월 기준 256건의 일자리가 매칭됐다. 정부 계획에도 소개될 만큼 혁신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저출생 문제는 국가를 넘어 이제 글로벌 화두로, 다양한 국가들과 함께 힘을 모으 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저출생 등 인구 문제는 이번 2025 경주 APEC에서 ‘인구 구조 변화 공동 대응 체계’로 채택됐고, 지난 8월과 9월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저출생 등 사회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이제 저출생 위기는 국가를 넘어 글로벌 화두가 됐다. 경북도는 이미 지난해부터 일본의 저출생 극복 대표 지자체인 돗토리현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 온 만큼, 지방 차원의 대응에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가고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는 저출생 등 인구 위기 문제다. 이것이 위기의 최전방에 있는 경북이 저출생과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쟁 끝에 희망이 보이고 승리의 길로 들어서면, 불안을 벗어던진 대한민국 청년들이 또 다른 기적의 역사를 만들어 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청년들이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에서 살고 일하며,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양육하는 선순환이 자리 잡아 결혼과 출산도 자연스러운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저출생 극복, 아이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저출생과 전쟁은 경북에서 쏘아 올린 국가적 프로젝트지만, 국가가 나서서 인구 구조 변화 대응 정책을 추진하지 않으면 승리하기 어렵다. 어렵게 만들어진 저출생 극복의 긍정적 분위기가 일시적 성과에 그치지 않고 장기 추세로 이어지도록 경북도가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지방의 힘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저출생 문제는 지역 간 불균형이라는 근본 원인에서 비롯됐고, 여기에 일자리, 주택, 교육, 문화 등 여러 분야의 과제들이 얽혀 있는 구조적 문제다.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려면 정부 부처는 물론 각 시·도와 민관이 함께 참여해 공동 대응하고 협력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