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출생 기록만 있고 신고가 되지 않은 이른바 ‘유령 영아’ 사건 당시 갓 태어난 자신의 아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친모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친모가 살해했을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지만 아이의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고, 돌연사나 사고사 등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2부(재판장 김병주)는 20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40대 여성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15년 2월 10일 생후 6일 된 자신의 딸 B양에게 제때 수유를 하지 않고 침대에 방치하는 등의 행동으로 B양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범행 당일 A씨는 B양의 시신을 야산에 암매장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2023년 7월 정부가 출생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유령 아동’ 전수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부산경찰청은 유령 영아로 의심되던 B양 사건에 대해 수사를 벌였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집안일하다 아이가 숨진 것을 발견했다”며 “경황이 없어 사망신고를 하지 못했다. 이후 택시를 타고 야산 인근에 내려 시신을 암매장했다”고 진술했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부산 기장군 한 야산에서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벌였지만 B양의 시신을 끝내 찾지 못했다.
검찰은 A씨가 B양을 출산할 당시 남편과 이혼 절차를 밟고 있었고, 금전적인 문제로 생활고를 호소하는 등 경제적인 이유로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봤다. 또 B양이 발가락이 6개인 다지증 장애를 가져 수술이 필요한 점과 당시 A씨가 단유약을 처방받은 것 등을 증거로 내세웠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기재된 범행 방법은 추측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A씨가 장기간 피해자에게 분유·수유를 하지 않아 탈수나 뇌 손상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인지, 질식사로 사망하게 한 것인지 구체적인 경위가 전혀 규명되지 않았다”며 “A씨의 고의나 과실과 상관없는 영아 돌연사 또는 사고사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이어 “A씨가 사건 당일 야산에 가서 B양을 야산에 암매장했다는 진술 등에 비춰보면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를 살해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다만 이러한 추측성 정황만으로는 A씨가 B양을 살해한 것이라고 확신하기 어려운 여러 의문점이 존재하고,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다”면서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A씨에 대한 공소사실은 증명이 부족하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선고 이후 A씨는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재판부는 퇴정하는 A씨를 다시 불러 “피고인 증거가 부족해서 무죄로 판단하는 것”이라며 “진실은 하늘이 알고 피고인 스스로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평생 속죄하면서 살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