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광주광역시 동구 디엠홀에서 열창하는 사제지간 테너 장호영(오른쪽)과 박진석./조홍복 기자

“수줍음 많은 ‘거대한’ 아이였는데, 이렇게 의젓한 테너로 성장했습니다. 한 무대에서 목소리를 함께 내다니 감개무량합니다.”

지난 7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디엠홀. 50석 규모 한옥 개조 공연장은 만원이었다. 테너 장호영(53)은 “오늘 주인공은 테너 박진석”이라며 “저를 응원하러 여기 온 건 아니죠?”라고 했다. 객석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앞으로 펼쳐질 박군의 여정에 많은 박수와 격려 부탁드립니다.” 옆에 서 있던 신장 191㎝ ‘건장한’ 테너 박진석(29)은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두 테너는 두 팔 가득 서로를 끌어안았다. 좌중에선 박수 소리와 함께 환호성이 터졌다.

성악가 ‘사제(師弟) 동행 음악회’가 광주에서 열렸다. 스승 장호영과 제자 박진석, 두 테너가 한 무대에 섰다. 사제지간 테너는 이날 1시간 30분 동안 이탈리아 가곡과 오페라곡, 한국 가곡 등 15곡을 열창했다.

특히 두 테너가 ‘돌아오라 소렌토로(Torna A Surriento)’ ‘나의 태양(O sole mio)’ ‘푸니쿨리 푸니쿨라(Funi culi funi cula)’ 등을 듀엣으로 노래할 때 무대 분위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피아니스트 최혜윤, 소프라노 윤혜진도 무대를 빛냈다. 이번 ‘꿈을 이어가는 사제 동행 음악회, ‘청출어람(靑出於藍)’’은 광주 동구 ‘라벨르의원’이 후원했다.

지난 7일 광주광역시 디엠홀을 가득 메운 관객들./조홍복 기자

조선대 사범대 음악교육과 출신 테너 장호영은 이탈리아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나서 지역에서 오페라 전문 가수, 교육자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폭발적인 가창력, 독보적인 성량으로 사랑받고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테너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테너로서 드물게 고운 비단결 목소리를 갖춘 박진석은 ‘떠오르는 별’이다. 안양대 음악대 성악과를 나온 박진석은 현재 이탈리아 리치니오 레피체(Licinio Refice) 국립음악원에서 실력을 연마하고 있다. 앞서 2021년 ‘제24회 서울오케스트라 콩쿠르’에서 1위에 올랐다.

스승과 제자는 2013년 처음 만났다. 그해 농구 선수처럼 체격이 듬직한 고교 2학년 박군은 “테너가 되고 싶다”고 했다. 예술고가 아닌 일반계 고등학교(금호고)를 다니던 박군의 ‘폭탄 발언’에도 부친 박태호씨는 지지를 보냈다. 체격은 ‘거대하지만’ 울긋불긋 여드름이 돋은 앳된 박군의 손을 잡아준 스승이 테너 장호영이었다. 3년간 동행 끝에 박군은 음대에 합격할 수 있었다.

12년이 흘러 사제가 함께 무대에 오른 첫 음악회가 이번에 마련됐다. 테너 박진석은 9일 본지 인터뷰에서 “목소리는 질감과 떨림이 다 다르니, 모든 성악가 음성은 그것만으로 독특한 악기가 된다”며 “나만의 음색을 더욱 갈고닦아 대중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굳은 의지를 보였다. “당장은 완벽하지 않아도 꾸준히 노력하며 성숙한 성악가가 될 겁니다. 제 스승과 나눈 약속입니다.”

지난 7일 광주광역시 디엠홀에서 열린 ‘꿈을 이어가는 사제 동행 음악회, ‘청출어람(靑出於藍)’’ 팸플릿./조홍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