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된 울산 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내부로 구조활동을 위해 소방대원들이 들어가고 있는 모습. /부산소방재난본부

“어릴 때부터 성실한 아들이었습니다. 대학 등록금도 혼자 벌어서 냈을 정도였는데...”

9일 오후 울산 중구 동강병원.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로 숨진 김모(44)씨의 시신이 이곳으로 옮겨졌다. 김씨의 아버지(72)는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눈가가 붉게 상기돼 있었다.

그는 “아들은 사고 당일(6일) 오전 4시 15분쯤 혼자 아침밥을 챙겨 먹고 첫차를 타고 출근했다”며 “그날 저녁 퇴근길에 사고가 났다는 연락을 받고 현장으로 갔다”고 했다. 김씨의 아내는 흙이 묻어 돌아온 남편의 작업복을 보고 소리 내어 울었다. 어린 두 딸은 안치실 바깥에서 기다렸다.

김씨의 작업복에는 건설 현장 출입증과 인스턴트 스틱 커피만 있었다. 장례식장 직원이 ‘경찰로부터 따로 유품을 받은 게 있냐’ 묻자, 아버지는 “아들이 파란 패딩뿐이 안 입으니까... 그것만 입는다”며 눈물을 삼켰다. 김씨는 평소 검소한 생활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일용직으로 일했다고 한다. 김씨의 동료 A씨는 “지난 금요일 20분간 안부 통화했다”며 “조만간 해운대에서 밥 먹자고 했는데 마지막일 줄 몰랐다”면서 울먹였다. A씨는 김씨와 2년 전 인력 사무소에서 만났다고 한다.

김씨는 낡은 보일러 타워를 철거하는 작업에 투입됐다가 변을 당했다. 사고 당일인 지난 6일 오후 3시 14분쯤 발견됐다. 당시 의식이 있었다. 그러나 몸 대부분이 구조물에 깔려 구조대원들이 잔해를 하나씩 잘라내는 작업을 했다.

13시간에 걸친 구조 작업 끝에 한쪽 팔을 짓누른 잔해만 제거하면 됐지만 김씨는 의식을 잃었다. 구조대는 김씨 주변 구조물이 추가로 무너지지 않도록 땅을 조금씩 파가면서 접근했으나 그는 사고 14시간 만인 오전 4시 53분쯤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후 매몰 상태로 있다가 사망 판정을 받은 지 54시간 만에 시신이 수습돼 동강병원으로 옮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