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수감 중 모친상을 당해 임시로 석방됐다가 도주한 투자 사기 조직 간부가 징역형을 확정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경린)는 지난 9월 22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7년 6개월에 추징금 3억7400여 만원을 선고했다. 이후 그는 일주일 안에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A씨는 같은 달 25일 모친상을 이유로 법원에 구속 집행 정지를 신청하고 그날 임시 석방됐다. 하지만 A씨는 복귀 일인 26일에도 부산구치소로 돌아오지 않았고, 한 달 넘게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검찰은 A씨의 행방을 추적하는 한편, 지명수배와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상태다.
A씨는 투자 리딩 사기 조직에서 투자 유인 사이트 제작을 의뢰하거나 해외에서 근무할 영업팀과 현금 수거·전달책을 모집하고 관리하는 중간책 역할을 맡았다. 그가 속한 조직은 “비트코인 선물 거래에 투자하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속여 125명에게서 53억여 원을 가로챘다.
A씨는 피해자들에게 8000만원을 공탁했다. 1심 법원은 지난 2월 A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이후 항소심 법원은 A씨가 2000만원을 추가로 공탁하고, 피해자들이 이를 수령한 점 등을 고려해 1심보다 감경된 형을 내렸다.
구속 집행 정지는 법원이 직권으로 구속된 피고인을 일시적으로 석방하는 결정이다. 보통 직계 가족 장례나 심각한 지병 등 긴급한 사유가 있을 때 인정된다.
법원이 구속 집행 정지 결정을 내릴 땐 범죄의 중대성과 도주 우려 등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례의 경우 법원이 많은 이들에게 큰 경제적 피해를 입혀 중형을 선고 받은 사기 조직 간부에게 기계적으로 구속 집행 정지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구속 집행 정지된 피고인은 미결수라 관리 주체가 불명확하다. 교정 당국에서 기결수나 미결수가 임시 석방될 경우, 이들이 달아나지 못하게 교도관이 병원 등에서 감시·감독할 수 있다. 하지만 구속 집행 정지된 미결수를 교정 당국 등이 관리·감독하는 규정은 없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현 시스템에서는 임시 석방된 피고인이 스스로 구치소로 돌아오길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라면서 “구속 집행 정지 제도의 허점이 드러난 사례”라고 했다.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송관호 교수는 “법원이 구속 집행 정지 신청을 받을 때 피고인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대해 동의를 받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법원이 자체적으로 구속 집행 정지 결정을 받은 피고인을 관리하는 조직을 만드는 방안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