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워케이션(workation)’에 참여한 사람이 8만2500명을 넘어섰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합쳐 만든 말로, 산과 해변 등 휴가지에서 일과 휴식을 병행하는 것을 말한다.
3일 제주도에 따르면 현재 공공형 오피스 2곳과 민간형 오피스 15곳 등 제주지역에 워케이션으로 활용되고 있는 공간은 17곳이 운영중이다. 11월 말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 위치한 공공 오피스 1곳이 추가로 운영에 들어간다.
제주도가 파악한 워케이션 올해 9월까지 참여 인원은 동반 인구를 포함해 모두 8만258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자의 평균 체류기간은 4박5일이고, 1인당 평균 지출액은 74만원으로 조사됐다.
제주 워케이션에 대한 호감도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2023년 10~11월 직장인 11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워케이션 설문조사에서도 17시·도 가운데 제주(31.8%)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설문조사 응답자의 74.9%는 산과 바다 등 휴양지에서 원격 근무를 하고 퇴근 후 관광을 즐기는 ‘휴양형 워케이션’을 선호했다. 워케이션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점으로는 숙박 환경이 36.2%로 가장 많았고, 사무실 환경(23.3%), 자연 경관(21.1%), 여가·문화 활동(19.2%) 등이 뒤를 이었다. 또 지난해 만족도 조사에서도 이용자의 96%가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자들은 여가 생활 만족 92%, 재참여 의사 98% 등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양기철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가서비스 대상 워케이션 부분에서 연속 수상을 했다”며 “내년까지 목표로 한 제주 워케이션 참여자 10만명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제주 워케이션이 전국에서 모범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유치 인센티브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제주도는 워케이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항공·숙박·여가비 등 지원을 하고 있다. 민간형과 공공형 바우처를 동시에 운영해 기업과 개인 모두가 제주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민간형 워케이션 바우처는 1인당 30만원 한도내에서 항공권, 숙박비, 여가비를 실비로 지급한다. 신청자는 본인이 희망하는 일정에 맞춰 자율적으로 제주를 방문하고 체류할 수 있어서 직장인·프리랜서·1인 기업인 등 다양한 수요층이 참여하고 있다.
공공형 워케이션 바우처는 기업이나 기관을 대상으로 제주에 임시 또는 분산 오피스를 두고 일할 수 있도록 공간을 무료로 제공한다. 3일 이상 사용하면 지역화폐인 ‘탐나는전’ 5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특히 QR코드 스캔을 통한 입출입 관리시스템을 도입해 근태 편의성을 높였다.
주목할 만한 정책은 ‘워케이션 ESG 인센티브’ 제도다. 기업이 제주에서 워케이션을 진행하며 해변 플로깅이나 봉사활동에 참여하면 제주도가 ‘제주 워케이션 ESG 활동 확인서’를 발급한다. 이는 기업의 ESG 경영 실천을 증빙하는 자료로 각종 평가에서 가점이 주어질 수 있다. 또 올해 처음 도입한 ‘프로젝트형 바우처’를 통해 차별화된 콘텐츠 기획과 기업 유치도 본격화되고 있다.
워케이션은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를 겪는 농어촌 지역에서 관광객과 생활인구를 동시에 유입할 수 있는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제주도 동쪽 마을인 구좌읍 세화리에 운영중인 ‘질그랭이센터’가 대표적이다. ‘질그랭이’는 제주 방언으로 ‘지긋이’라는 뜻이다. 고령화와 인구 유출이 심각했던 세화리도 이를 해결하려고 주민 477명이 협동조합을 결성했다. 이들은 정부의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 예산을 활용해 낡은 마을회관을 리모델링했다. 질그랭이센터는 1층에는 마을사무소와 여행자센터가, 2층에는 카페, 3·4층에는 공유오피스와 숙박시설이 들어섰다. 이곳에서는 마을 특산품인 당근 등을 식재료를 활용한 음료와 간편식을 판매 중이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제작한 그림책과 엽서, 가방 등 굿즈도 함께 팔고 있다. 숙박시설은 1인실부터 4인실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2021년 질그랭이 센터가 문을 연 이후 LG전자·현대중공업 등 다양한 기업의 직원들이 찾았다. 제조업·금융·서비스·유통 등 업종도 다양하다. 직장인들은 월요일 오후부터 금요일까지 낮에 워케이션 오피스에서 업무를 보고, 저녁에는 제주의 밤을 즐긴다. 업무가 끝난 주말에는 여행이나 서핑 등 개인 취미 활동에 나선다.
지역 상생을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센터 내에 지역 맛집을 소개하는 ‘맛집 엽서’를 비치했다. 해당 맛집에 엽서를 제출하면 음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워케이션 참여자가 지역내 숙박시설을 이용하도록 ‘마을호텔’ 시스템도 도입했다. 다랑쉬오름 투어와 해녀 물질 체험 등 지역의 문화·관광 유산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질그랭이 센터는 2022년 농식품부의 ‘삶의 질’ 우수 사례로 선정됐고, 작년엔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가 선정하는 ‘최우수 관광마을’에 뽑혔다.
양군모 세화마을협동조합 마을 PD는 “질그랭이 센터에는 매달 100여명이 워케이션 이용자가 찾고 있어 연매출 5~6억 원, 순이익 약 1억 5000만 원을 기록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워케이션 방문객 1인이 한 주 45만~50만원을 소비한다고 추계하는데, 20명 기준이면 주당 800만~1000만원의 지역 소비가 발생하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