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와 관련해 배터리 이전 공사를 수주한 업체가 관련 규정을 어기고 불법 하도급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현장에는 배터리 이전 경험이 없는 작업자들이 투입됐고, 작업 전 배터리를 충분히 방전해야 한다는 지침도 따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경찰청은 22일 “배터리 이전 공사와 관련된 업체 5곳을 업무상 실화(失火) 혐의뿐 아니라 불법 하도급 혐의로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기공사업법에 따르면, 전기 공사를 수주한 업체는 다른 업체에 하도급을 주면 안 된다. 부실시공을 막겠다는 취지다.
정보자원관리원 화재는 5층 전산실에 있던 리튬이온 배터리를 지하로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배터리 이전 공사는 경쟁입찰로 두 업체가 공동 수주했다. 하지만 이들은 수주한 공사를 제3 업체에 하도급 줬고, 이 업체는 또 다른 업체 2곳에 재하도급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이 불법 하도급한 사실을 숨기려고 하도급 업체 작업자들이 원도급 업체 직원인 것처럼 입사 서류를 조작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현장에 투입된 작업자들은 전부 배터리 이전 경험이 없었다. 배터리 제조 업체의 ‘리튬 배터리 분리·이설 가이드 라인’에 따르면, 배터리를 이전하기 전 전원을 끊고 충분히 방전 작업을 해야 하지만 작업자들은 그러지 않고 작업하다 불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전원도 배터리 시스템의 주 전원만 차단하고 각 배터리의 개별 전원은 차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작업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그런 내용을 잘 몰랐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전기 작업을 할 때는 전기가 흐르지 않는 드라이버 등 절연 장비를 써야 하지만 작업자들은 “화재 당시 절연 장비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다만 작업자들 전부 전기 관련 자격증을 갖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