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원인을 수사 중인 경찰이 지난 2일 오전 9시부터 대전 국정자원과 대전지역 3개 업체 등 4개소를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정보자원관리원을 압수수색한 수사관들이 압수물을 들고 이동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정부 전산망 마비 사태를 부른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배터리 이전작업 과정에서 불법 하도급 업체가 공사를 진행한 것을 확인했다. 또 현장에 배터리 이설 경험이 없는 작업자들이 투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경찰청 형사기동대는 22일 브리핑에서 “업무상 실화 혐의 외에 불법 하도급 혐의로 공사 관련 업체 5곳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전기공사업법상 전기공사 수주업체가 하도급을 주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그런데도 이번 배터리 이설 작업은 공사 수주업체가 아닌 제3의 업체가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정보자원관리원은 일반 경쟁입찰을 통해 배터리 이설 업체로 전기공사 관련 업체 A사 등 두 곳을 선정했다. A사는 작업을 하도급 업체로 넘겼고, 하도급업체는 또 다른 두개 업체에 재하도급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하도급 업체와 수주업체 등 공사 관련 업체 5곳 모두 무정전·전원장치(UPS) 시스템을 신규 설치한 경험은 있지만, 배터리를 이전 설치한 경험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튬배터리 분리 시 충전율을 30%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리튬배터리 분리·이설 가이드라인’과 관련, 작업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잘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작업자들의 경력은 대부분 전기 관련 자격증 취득 후 동종업계에서 수년간 경력을 쌓은 고급기사였고, 1명만 자격증을 취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급기사였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작업자들로부터 “작업 중 절연복이나 절연처리된 장비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해 업무상 주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작업자들이 전동드릴도 사용했다고 했다.

경찰은 앞서 정보자원관리원 담당자, 이설작업 공사 업체 현장 책임자, 감리업체 직원, 작업자 등 5명을 업무상 실화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감정 결과와 관련자 진술, 압수물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해서 규명하는데 시일이 더 걸릴 것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조대현 대전경찰청 형사기동대장은 이날 “지금까지 29명을 참고인으로 조사했다”며 “구조적인 화재 원인 파악 과정에서 업무상 실화 혐의로 추가 입건자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불법 하도급 혐의와 관련해 조달청과 인허가 담당 지자체에서 관련 서류를 받아 확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경찰은 “작업 당시 무정전·전원장치(UPS)의 주 전원(메인 차단기)은 차단했지만, 부속 전원(랙 차단기)은 차단하지 않았다”는 공사 관계자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이 확보한 로그 기록상 최초 발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배터리의 충전율은 90%로 조사됐는데, 경찰은 보정률을 감안하면 실제 배터리 충전율은 80% 수준이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작업자들은 지난달 26일 오후 7시 9분쯤 5층 7-1 전산실에서 UPS 주 전원을 차단했는데 이로부터 1시간 7분 뒤인 오후 8시 16분쯤 발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화재는 국정자원 5층 전산실의 UPS 리튬이온배터리를 서버와 분리해 지하로 이전하기 위한 배터리 케이블 분리 작업 도중 발생했다. 이로 인해 배터리 384개와 서버가 불타 행정정보시스템 등 정부 전산시스템 709개가 마비되거나 장애를 겪었다.

21일 오후 6시 기준으로 마비됐던 행정정보시스템 709개 중 424개 서비스가 정상화돼, 복구율은 약 60%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