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조한 이용객과 운영비 부담 등의 문제로 운행을 멈췄던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가 17일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운행 중단 3년 3개월 만이다. 국내 첫 자기부상열차로 주목받으며 개통된 이 열차는 이제 운영비 절감을 위해 대중교통 수단이 아닌 관광·체험 시설로 활용된다. 첨단 기술이 적용된 자기부상열차가 관광용 놀이시설 이미지로 격하되지 않도록 정부가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중구 용유역에서 기념행사를 갖고 운행을 재개했다.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는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교통센터부터 중구 용유동까지 6.1㎞ 구간 6개 역사를 시속 40㎞ 이하 속도로 운행한다. 운행 횟수는 하루 24회이고, 배차 간격은 35분이다. 주 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행되며, 월요일은 운행하지 않는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국내 첫 자기부상열차인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는 개통 6년여 만인 지난 2022년 7월 운행이 중단됐다. 당시 ‘차량 중정비 점검’이 이유였는데, 적은 이용객 수와 운영비 부담 가중이 운행 중단의 실질적인 배경이 됐다.
4000억원의 개발·건설비가 투입된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는 2016년 개통 당시, 궤도 위를 약 8㎜ 뜬 상태로 주행하는 첨단 기술이 적용돼 성능이 뛰어나고, 진동과 소음, 분진이 없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주목받았다.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는 대중교통 수단으로 분류돼 시속 80㎞의 속도로, 15분에 한 번씩, 하루 103회, 무료로 운행(연중무휴)됐다. 운영은 인천공항공사가 맡았다.
그러나 하루 평균 이용객은 일평균 4000여 명. 예상치의 11% 수준에 그쳤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선 운행 횟수가 하루 24회로 줄면서 이용객 수가 더욱 감소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자기부상열차 운영을 위해 연평균 80억원을 썼는데, 코로나에 따른 경영 악화까지 겹치면서 운영비 부담이 커졌다.
인천공항공사는 ‘자기부상열차 운영 진단 및 대안 마련 용역’ 결과를 토대로 열차를 대중교통 수단(도시철도법)이 아닌 관광·체험용 시설(궤도운송법)로 바꿔 활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한 행정 절차도 밟았다. 자기부상열차를 인천 중구 월미도에서 운행하는 ‘월미바다열차’와 같은 성격의 관광·체험용 시설로 바꾼 것이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대중교통 수단의 경우, 매일 15분 간격으로 쉬는 날 없이 운행해야 하는데, 관광·체험용 시설로 바꾸면 이용 수요 등에 따라 열차 운행 시간이나 횟수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 운영비를 아낄 수 있다”고 했다.
행정 절차를 마무리한 인천공항공사는 자기부상열차 운행 횟수를 기존의 25% 수준으로 줄였고 배차 간격을 2배 이상 넓혔다. 열차를 운행하지 않는 날도 만들었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를 통해 열차 운영비가 연평균 80억원에서 5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 개발과 설치 등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첨단 기술이 적용된 자기부상열차가 교통수단이 아닌 관광용 놀이시설로 격하되는 것 같아 아쉽다”며 “영종지역 개발계획과 연계하는 등 공항 자기부상열차가 첨단 대중교통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