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을 모욕하고, 개인정보를 권한 없이 취득하거나 근무를 태만하게 한 이유로 강등 처분을 받은 경찰관의 징계가 부당하다는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일부 징계 사유에 대해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다시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부산고법 행정4부(재판장 박운삼)는 부산경찰청 소속 경사 A씨가 부산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강등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취소하고 A씨 승소로 판결한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부산경찰청이 A씨의 강등 처분을 취소하고, 소송 비용 역시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23년 10월 부산 한 파출소에서 근무하면서 ‘부적절한 언행 및 품위 손상’ ‘지시 명령 위반 및 민원 취소 강요’ ‘개인 정보 부당 취득’ ‘근무 태만’ 등을 이유로 강등 처분을 받았다.
당시 A씨에 대한 징계의결 사유를 보면, 2023년 7월 22일 ‘별거 중인 남편이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B씨 신고를 받은 A씨는 B씨와 함께 현장으로 출동해 B씨 남편이 이상 없음을 확인했다. 이후 돌아오는 중 B씨가 같은 내용으로 두 번째 신고를 한 것을 알게 된 A씨는 “경찰 말이 말 같지 않느냐, 자살할 사람은 짜증을 내지 않는다”고 비아냥거렸다고 한다.
며칠 뒤 이런 이유로 B씨가 부산경찰청에 민원을 제기하자, A씨는 “B씨에게 연락하지 말라”는 상관 지시를 어기고, B씨에게 4시간 30여 분 간 전화 20통, “민원을 철회해 달라”며 19회에 걸쳐 문자를 보냈다.
2023년 7월 6일에는 후배 경찰에게 교통사고 가해자인 중국인 여성의 개인 정보인 연락처를 넘겨받은 후 “그 여자가 싱글이면 내가 연락해도 죄가 안 되겠지”라고 말하는 등 개인 정보를 부당 취득하기도 했다.
2023년 4월에는 순찰 근무 중 해운대 한 카페 통창 바깥에서 카페 여주인을 향해 스케치북으로 애정 고백을 하는 등 근무를 태만히 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패소 판결을 내리며 징계 처분 사유가 모두 인정되며 부당하다고 볼 사정이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A씨가 저지른 비위 중 일부는 징계 사유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신고자에게 폭언한 것에 대해선 “다소 부적절한 측면이 있지만, 부산경찰청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A씨가 부적절한 언행과 품위 손상을 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같이 출동한 동료 경찰관의 진술에서도 신고자가 주장하는 언행과 다소 차이가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일부 징계 사유가 인정되지 않기에 A씨에게 내려진 징계 수준이 유지될 수 있는지 다시 고려해야 한다”면서 “강등 처분보다 가벼운 징계로도 공적 기강을 바로잡는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