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화산석으로 가공하지 않고 돌담 쌓는 모습./제주도

제주도는 예로부터 바람·여자·돌이 많아 삼다도(三多島)라고 불렸다. 이중 화산섬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 돌이다. 섬 곳곳에 널려있는 돌은 주거와 농경, 목축, 어로, 방어 등 주민의 삶과 밀접해있고, 다양하게 활용돼 왔다. 돌담이 대표적인 사례다.

집 주변을 둘러싸면 집담, 집담이 연결돼 길이 되면 올레담, 밭 경계를 구분하기 위해 쌓으면 밭담이다. 마을 공동목장의 구분을 위한 잣담(잣성), 해안가 공동어장인 원담, 무덤을 둘러싼 산담 등 종류도 다양하다.

제주도 조사에 따르면 제주지역 돌담의 총길이가 3만6355km다. 그 중 밭담의 길이가 2만2108km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구 둘레(4만75㎞)의 절반이 넘고, 중국의 만리장성보다도 10배 이상이나 길다. 현무암의 검은 돌이 마치 용처럼 구불구불 이어진다고 해 제주의 밭담을 흑룡만리(黑龍萬里)라 부르고 있다.

제주밭담은 2014년 4월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 의해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에 등재됐다.

돌담에는 제주의 문화도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밭담에는 제주의 농경문화가, 원담에는 제주의 어로문화가, 잣담에는 제주의 목축문화가 담겨있는 식이다. 또 들에 풀어놓은 말이나 소가 조상의 묘를 훼손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무덤 주위를 ‘산담’으로 둘러쌓았다.

특히 제주의 돌담은 흙이나 시멘트 등을 사용하지 않고 최대한 자연 그대로 돌을 쌓아 올렸다는 특징을 지닌다. 가공하지 않은 자연적인 돌들을 생긴 그대로 올려놓고 위아래로 맞춰가며 쌓은다. 아무렇게나 쌓은 것 같지만 돌의 모양에 따라 맞물리고 바람이 통과할 수 있도록 틈을 만들어 태풍과 강풍에도 견디는 견고함을 지녔다. 이를 위해서는 돌챙이(제주에서 석공을 이르는 말)의 기술과 지식이 필요하다. 한줄로 올려 쌓는 외담과 여러 겹으로 쌓는 겹담 등 쌓는 방법에 따라서도 필요 기술이 달라진다.

제주밭담./제주도

제주도는 이같은 돌담 쌓는 지식과 기술을 제주도 무형유산으로 지정한 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작업에 돌입한다.

다만 돌을 서로 물리게 쌓아 구조물을 만드는 돌 쌓기 방식인 ‘메쌓기’가 2018년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위스, 크로아티아 등 8개 국가 공동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만큼 제주도는 신규가 아닌 확장 등재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는 한국이 다등재국으로 2년에 1종목만 등재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 국가유산청이 2028년 등재 추진 종목으로 ‘한지’를 확정한 만큼 2030년에야 새로운 종목을 올릴 수 있어서다. 이를 고려해 제주도는 ‘제주 돌담 쌓기’에 대한 단독 등재 대신 확장 등재 방식을 활용한다면 2028년 이전에 등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2010년에 등재된 ‘매사냥’도 지속해서 확장 등재돼 현재 한국을 포함해 12개국이 등재국으로 참여한 사례가 있다.

공식적인 등재 신청에 앞서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논의는 진행 중이다. 제주연구원과 ㈔제주돌담보전회는 11월1일 오후 2시 제주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제주돌담의 지식과 기술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세미나를 연다. 내년에는 제주도 차원의 국제학술대회와 기존 등재 국가와의 네트워크 구축, 학술조사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김동희 제주도 돌문화공원관리소장은 “제주 돌담 쌓기는 제주 공동체가 함께 이어온 생활문화이자 환경친화적 석축 기술의 본보기로, 유네스코 등재를 통해 세계와 공유할 가치가 충분하다”며 “제주의 정체성을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확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제주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는 제주칠머리당영등굿과 제주해녀문화가 있다. 제주밭담은 2013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2014년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