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시에서 합성수지 제품 공장을 운영하는 60대 최모씨는 매 명절마다 거래처에서 ‘영광굴비’ 세트를 받는다고 했다. 꾸덕하고 쫀득한 살맛에 ‘밥도둑’으로 불리는 굴비는 이번 추석 선물로도 인기를 끌었다.
굴비는 전남 영광 법성포 칠산 앞바다에서 잡히는 참조기로 주로 만들어왔다. 그러나 최근 조기가 아닌 ‘부세’. 그것도 중국산 부세가 인기를 끌면서 주로 ‘부세 굴비’가 유통되고 있다.
부세는 민어과에 속하는 어류로, 조기의 사촌으로 불린다. 그만큼 닮았지만 종도 다르고, 가격도 다르다. 우리가 먹는 부세는 대부분 중국산이다. 간혹 ‘짝퉁 조기’라고 불리기도 한다. 조기의 ‘하위호환’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그러나 개체가 조기보다 더 크고 살집이 좋아 먹을 것도 많다. 2~3개월 바람에 말리면 감칠맛을 내는 이노신산이 늘어나고 응축해 맛도 좋다.
가장 경쟁력 있는 건 가격이다. 조기에 비해 가격이 최대 5배가량 저렴하기 때문이다.
경기지역에서 전라남도 한정식집을 운영하는 A씨는 “대표 메뉴인 보리굴비는 대부분 부세로 만들어진다”며 “조기로 만든 굴비는 귀해 백화점 상품으로 팔릴 것”이라고 했다.
국내산 조기는 온난화로 인한 수온 변화, 무차별적인 남획으로 인해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
영광 앞바다는 오랫동안 한반도 최대 ‘참조기 어장’으로 불렸지만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어장이 남쪽으로 이동했다. 영광 앞바다에서는 참조기 씨가 말랐다는 말이 나온다. 전국 참조기 생산량은 2020년 4만1039t에서 지난해 1만7805t으로 급락했다. 영광수협 참조기 위판량도 2020년 1만602t에서 지난해 5126t으로 줄었다.
굴비 수요에 비해 조기 공급이 부족하다보니, 그 빈자리를 중국산 부세가 채운다고 한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5년 전 영광굴비 판매량의 47.8%를 차지했던 부세 점유율은 지난해 88.6%까지 급증했다.
부세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에는 중국인들도 한몫한다고 한다. 부세가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황금색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어장에서 나오는 부세 역시 중국의 불법 조업 표적이 됐다.
영광군은 조기 양식화로 상품성을 높여 활로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영광군은 참조기 양식산업화센터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