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오후 경남 통영시 추도에서 ‘섬 영화제’가 열렸다. 남해 바다를 배경으로 야외 영화관을 만들었다./권태완 기자

지난 26~28일 경남 통영시 추도(楸島)에서 ‘제2회 추도 섬 영화제’가 열렸다. 섬마을 공터에 300인치 스크린을 세우고 캠핑 의자 100개를 놨다. 남해의 낙조를 배경으로 사흘간 영화 14편이 상영됐다. 전국에서 온 관객 49명은 팝콘과 콜라 대신 마을 주민들이 내놓은 어묵탕과 가오리무침을 들었다. 광주광역시에서 온 50대 관객 이모씨는 “가을밤 바다 냄새 맡으며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은 세상에서 추도뿐일 것”이라고 했다.

추도는 통영에서 배를 타고 1시간 10분 거리에 있는 작은 섬이다. 주민 80여 명이 산다. 편의점이나 카페도 없다.

추도는 원래 ‘물메기’로 유명했다. 꼼칫과 물고기인 물메기는 겨울에만 잡히는 별미다. 살이 부드럽고 물러 보양탕으로 먹는다. 지구온난화 여파로 수온이 상승하며 2018년 이후 어획량이 급감했다. 젊은이들은 다 떠나고 60·70대만 남았다.

5년 전 전수일 영화감독이 추도로 이사 오면서 ‘영화의 섬’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여기에 경남도와 통영시가 힘을 보탰다. 전 감독은 낚시를 좋아해 여러 섬을 다니다 추도의 고요한 풍경에 반해 눌러살게 됐다고 한다.

작년에 1회 영화제가 열려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졌다. 올해는 관객 49명을 모집하는데 250여 명이 몰렸다. 묵을 수 있는 민박집이 13채밖에 없어 더 받을 수도 없다.

관객들은 1인당 10만원을 내고 영화제를 즐긴다. 2박 숙박비와 식비가 포함된 가격이다.

2년 연속 영화제에 참여한 김민경 감독은 “지난해 영화제 덕분에 처음 추도를 알게 됐다”며 “몽환적인 분위기에 매료돼 올해도 단편 영화를 출품했다”고 했다.

주민들은 “텅 비었던 섬이 관객들로 붐비니 흐뭇하다”며 “물메기 빈자리를 관객들이 채우고 있다”고 했다. 추도를 찾은 방문객은 2019년 7775명에서 지난해 9715명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1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