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 다회용기를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회용기는 씻어서 다시 사용하는 그릇으로, 음식을 배달하고 수거해 다시 사용한다.
제주도는 지난 8월13일부터 제주시 최대 번화가인 연동과 노형동 일대 업체를 대상으로 ‘배달앱 다회용기 주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이는 배달음식 수요 증가로 급증한 일회용기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소비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정책이다.
배달앱 다회용기 주문서비스는 시작한 지 한달이 넘어가면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제주시 노형동과 연동 소재 음식점 94곳이 참여하고 있다. 당초 목표였던 50곳을 웃돌았다. 전체 후보 점포는 약 500여곳으로, 제주도는 초기에는 직접 방문해 참가 업체를 모집했고 현재도 수시 신청을 받고 있다.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22일까지 기간 동안 다회용기 배달 누적 주문 건수는1790건이다. 하루 평균 약 45건이다. 주말에는 주문량이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도는 당초 올해 말까지 주문 5000건의 다회용기 배달 달성이었던 목표를 7000건으로 상향 조정했다. 현재 추세라면 목표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
배달앱 다회용기 서비스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연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50)씨는 “배달과 포장 서비스로 인해 평소에 일회용품 쓰레기가 많이 나와서 환경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는데 다회용기 주문을 받으면서 부담감이 덜어졌다”며 “주문하는 고객들도 만족하는 것 같다”고 했다.
노형동에서 한식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모(40)씨는 “일회용품 구입비도 만만치 않은데 제주도에서 다회용기도 대여해 주고, 회수해 세척까지 해주니까 경제적으로 오히려 이득”이라며 “용기를 주문하면 배달도 하루 이틀 정도로 빠르고, 용기를 필요한 만큼만 주문할 수 있어 매장 공간 활용 등 운영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이 제주도가 배달 음식 일회용품을 다회용기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은 코로나의 영향과 1인 가구가 점점 늘어나면서 소비 패턴이 바뀌고 있는 것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맞춰 플라스틱을 줄여 친환경 소비로 이어가자는 취지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배달 음식 다회용기 주문 사업은 ‘2040 플라스틱 제로 제주’ 비전에 의한 사업 중에 하나다. 실질적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회용품 사용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했다.
제주도는 다회용기 배달 음식 시범 사업이 환경과 경제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상공인은 다회용기를 판매하고,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업자는 일회용품을 구입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 용기 세척업체와 음식을 배달하는 배달 근로자는 일거리가 늘어나 수입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됐다. 또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다회용기로 전환하면, 실질적인 플라스틱 사용량이 줄어든다.
정근식 제주도 자원순환과장은 “첫 번째는 플라스틱이 얼마나 줄 거냐를 계산해봤다. 마라탕이나 해장국인 경우에 보통 플라스틱 용기가 2개나 3개 정도 온다. 이를 평균해 한 60g 정도의 용기를 사용한다고 가정을 했을 때 100개면 6㎏이 된다”고 했다.
소비자도 만족스러운 반응이다. 배달앱 댓글을 살펴보면 가장 많이 보이는 것들이 ‘다회용기를 사용해 주셔서 감사하다’ ‘제주도에도 드디어 다회용기 배달 사업이 진행된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는 ‘배달의민족’ 또는 ‘먹깨비’ 앱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요청사항에 ‘다회용기 주문’을 선택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배달 완료 후에는 배달 가방에 부착된 QR코드를 통해 회수를 신청하면, 배달기사가 그릇을 재활용 도움센터에 갖다놓는다. 이를 세척 전문업체가 수거·세척해 다시 식당으로 배송한다. 사용되는 용기는 스테인리스 재질의 다회용기로, 전용 가방에 담아 안전하게 배달된다. 비용은 전액 제주도가 부담한다.
이용에 따른 다양한 혜택도 제공된다. 제주도는 다회용기 주문 건당 2000원을 지역화폐 ‘탐나는전’으로 지급하고 있다. 참여업체에게는 주문 건당 1000원을 지원하고 있다. 배달앱별 혜택도 주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제주다회용기’ 코드를 입력하면 5000원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 먹깨비는 주문 건당 5000포인트를 적립해 다음 주문부터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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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제주도는 행사·축제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 축제 운영 가이드라인’을 수립·배포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제주도는 연간 80여 개 축제에서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제주도는 지난해부터 지난달까지 163개 행사·축제에 약 237만여 개의 다회용기를 지원했고, 그 결과 50t의 폐기물을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다회용기 사용 사업은 ‘제주가치돌봄’ 식사 지원 서비스에서도 적용하고 있다. 제주가치돌봄은 주민의 일상과 긴급 상황에서 돌봄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생애주기별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주형 공공 복지모델이다.
이 중 식사지원 서비스는 제주지역 7개 기관을 통해 1700여 명에게 주 3회 도시락, 반찬, 죽 등을 가정에 직접 배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제주도는 이 사업을 통해 올해 하반기에만 1회용 반찬그릇 15만여 개를 다회용기로 전환해 1회용 플라스틱 2.2t을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올해 배달 다회용기 시범 운영을 통해 제도를 보완한 뒤 내년에는 제주시 도심 전역으로, 2027년까지는 제주도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소비자의 친환경 실천과 점주의 적극적인 참여가 소상공인의 회복과 성장, 환경 보호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