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행정서비스 647개를 ‘셧다운’시킨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인 경찰이 현장 관계자를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자원관리원은 작년 6월 정기검사에서 내구 연한(10년)이 지난 노후 배터리의 교체를 권고받았지만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대전경찰청 전담수사팀에 따르면, 화재 발생 이틀째인 지난 27일부터 화재 당시 정보자원관리원 5층 전산실에 있었던 작업자 7명을 잇달아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최초 발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정전·전원 장치(UPS)’ 리튬이온 배터리 이전을 위해 투입된 업체 관계자들이다. 아직 정보자원관리원 관계자를 불러 조사하진 않았고, 형사 입건된 관계자도 없는 상태다.
경찰은 불이 난 전산실의 보안카메라(CCTV) 영상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CCTV에 불이 나기 전후의 전반적인 영상이 담겨 있으나, 정확히 불이 난 곳을 비추는 화면은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 감식 결과 등을 통해 정확한 발화 지점과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경찰은 당시 작업자들을 대상으로 작업 중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 중이다. 당시 전산실에 있던 작업자들은 “전원을 끄고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작업이 배터리 전원을 끄고 이뤄졌는지는 배터리가 불에 녹아내려 육안으론 확인할 수 없어 정밀 감식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경찰은 정보자원관리원에서 배터리 등 사업 관련 자료를 임의 제출받아 분석 중이다. 경찰은 이날 오전부터 추가 정밀 감식에 나섰다. 지난 27일 진화 이후 사흘째 이뤄진 감식에선 발화 의심 지점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경찰 관계자는 “29일 오후 최초로 발화한 부위로 의심되는 무정전·전원(UPS)용 리튬이온배터리 6개 중 3개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먼저 보내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발화부로 보이는 배터리 6개를 반출해 수조에 담아 잔류 전류를 빼는 안정화 작업을 진행했다. 잔류 전류가 더 이상 확인되지 않은 3개를 국과수로 보냈고, 나머지도 안정화 작업을 더 한 후 국과수로 보낼 예정이다. 배터리에서 발화한 흔적 있는지 밝히기 위해서다.
일각에서는 배터리 노후화가 화재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불이 난 배터리는 2014년 8월 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에 설치됐는데, 제조사가 보증하는 내구 연한(10년)을 1년 넘겼다.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했고, 이를 넘겨받은 제조 업체 2곳을 거쳐 납품·설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자원관리원은 화재가 발생한 리튬이온 배터리가 지난해 정기검사에서 정상 판정을 받았으나, 사용 연한 10년이 지나 교체 권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정보자원관리원 측은 “(발화한) 배터리는 2024년, 2025년 정기검사에서 모두 정상 판정을 받았다”며 “다만 2024년 6월 정상 판정을 받으며 교체 권고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구 연한이 지난 데 따른 교체 권고였다”며 “정기검사 결과 이상이 없어서 (배터리를) 지속해 사용했다”고 했다.
최주원 대전경찰청장은 “이런 사고의 재발을 막는 것이 (수사의) 목적”이라며 “전문가 검증을 거쳐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결과를 내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