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6명이 숨진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화재’ 재판에서 화재 원인인 아르곤(TIG) 용접의 불티 발생 여부를 놓고 검찰과 피고인 측이 치열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최근 소방이 진행한 실증 실험에서는 아르곤 용접에서도 불티가 발생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부산소방재난본부 화재조사계는 지난 15~17일 사흘간 아르곤 용접 시 생기는 불티와 용융물(쇳물 등 고온에 녹은 물질)의 화재 위험성 등을 검증하는 실험을 진행했다고 22일 밝혔다.
부산소방은 아르곤 용접은 불티가 발생하지 않아 화재 위험이 없다는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이번 실험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아르곤 용접은 아르곤 가스로 용융부를 보호해 일반 용접에 비해 불티가 적게 발생하는 편이다. 하지만 화재 위험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소방 측은 설명했다.
실험 결과 아르곤 용접 시에도 용융물과 불티가 발생하며 화재로 이어졌다. 또 작업자가 아르곤 용접 중 발생한 용융물을 배관 보온재에 떨어뜨리자 불이 붙었고, 열의 상승효과로 추가 연소도 관측됐다.
이번 실험이 주목받는 것은 지난 2월 부산 기장군에서 발생한 반얀트리 리조트 공사장 화재 때문이다. 검찰과 경찰은 당시 현장 작업자가 배관실 용접에서 발생한 불티가 아래층 배관 보온재에 떨어져 열이 쌓여 불이 났다고 봤다. 반면 원·하청 측은 당시 작업자가 불티가 적게 발생하는 아르곤 용접을 사용했기 때문에 검·경이 제시한 화재 원인은 가능성이 적다고 반박했다.
이에 이번 사건을 심리 중인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2부는 지난 7월 현장 검증을 진행했고, 그 결과 아르곤 용접 중 제한된 일부 상황에서만 불이 났다.
하지만 이번 부산소방 실험은 당시 작업자가 말한 상황보다 더 안전한 조건에서 실험했는데도 불이 나 검·경의 주장에 힘이 더 실리는 상황이다.
부산소방 관계자는 “2020~2024년 전국에서 용접·절단·연마 등으로 인한 부주의 화재는 5227건으로, 이 가운데 아르곤 용접 관련 화재도 23건으로 집계됐다”며 “이번 실험을 통해 아르곤 용접 역시 화재 위험이 있음을 확인했다. 현장에서는 KFI 인증 방화포를 사용하고, 화재 감시자 배치 등 안전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