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 강릉시가 약 16㎞ 떨어진 평창 도암댐 물을 끌어 쓰기로 했다. 도암댐에는 강릉시민이 300일간 쓸 수 있는 물 3000만t이 담겨 있다. 그동안 강릉 가뭄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거론됐으나 강릉시가 수질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해 왔다.
최근 환경부가 수질 검사에 착수했고 정수하면 생활용수로 쓸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강릉시는 10일 “주민 의견을 수렴한 결과 가뭄이 해소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도암댐 방류수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암댐은 1990년 건설한 발전용 댐이다. 고도가 높은 평창에서 강릉 남대천으로 물을 떨어뜨려 전기를 생산한다. 이를 위해 도암댐과 남대천을 잇는 도수관로(15㎞)가 설치돼 있다. 2001년 도암댐의 오염수가 남대천으로 유입되며 운영을 중단했다. 당시 남대천에 살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도암댐 주변에 있는 축사와 고랭지 배추밭 등에서 오염 물질이 유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에 강릉에 공급하는 물은 도암댐의 도수관로에 담긴 물 15만t이다. 24년간 도수관 안에 있던 물이다. 강릉시는 “하루 1만t씩 물을 빼내 남대천으로 흘려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물은 홍제정수장에서 정수 처리한 뒤 공급한다. 강릉시 관계자는 “도수관로 시설을 점검한 뒤 오는 20일쯤 실제로 물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강릉시민이 쓰는 생활용수의 87%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이날 12%로 떨어졌다. 매일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강릉 시민들은 가뭄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강릉시가 지난 6일부터 아파트 113곳과 호텔 10곳의 수돗물 공급을 중단하면서 ‘단수(斷水)’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당시 강릉시는 “이 아파트·호텔들은 2~3일 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대형 물탱크를 갖추고 있어 바로 물이 끊기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일부 아파트는 곧바로 물이 나오지 않았다. 주민들은 “아파트마다 물탱크에 저장된 물의 양이 다른데 강릉시가 물탱크 용량만 확인해 ‘탁상행정’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릉시 내곡동의 한 아파트는 지난 7일부터 물 공급이 끊겼다. 지난 8일 밤에는 급수차에서 물을 받기 위해 주민들이 10m 넘게 줄을 섰다. 김명현(43)씨는 “냄비부터 쓰레기통까지 물을 담을 수 있는 건 모두 들고 나왔다”며 “하루아침에 난민이 된 것 같았다”고 했다. 권지은(31)씨는 “12개월 아기는 생수를 데워 씻기고 있다”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들은 “불안해서 사흘째 빨래를 돌리지 못하고 있다” “식기를 전부 일회용품으로 바꿨다”고 했다.
송정동에 사는 김모(67)씨는 “물이 끊기면 화장실이 제일 문제”라며 “요즘에는 근처 은행 화장실을 이용한다”고 했다. 박종원(44)씨는 “빨래는 최대한 모았다가 주말에 부모님 집(동해시)으로 ‘원정 빨래’를 갈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