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강원 강릉시가 도암댐 물을 생활용수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강릉시의회는 8일 도암댐 방류 터널에 있는 약 15만t의 물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고, 강릉시도 수질 적합 판정이 나오면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총 3000만t의 물을 담고 있는 도암댐은 1990년 강원 평창군 대관령 일대 물을 가둬 만든 수력발전용 댐이다. 15㎞ 길이의 도수관로를 따라 강릉수력발전소로 물을 보내며 낙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그러나 대관령 목장의 가축 분뇨와 고랭지 밭 토사, 농약 등이 유입되면서 수질 오염 논란이 불거졌고 2001년 발전이 중단됐다. 발전은 멈췄지만 현재 도암댐부터 강릉수력발전소까지 이어지는 방류 터널엔 15만t가량의 물이 남아 있다.
강릉시는 이 물이 수질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으면 생활용수 공급에 나설 계획이다. 도암댐으로부터 물을 받는다면 하루 1만t의 수원 확보가 가능하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방류 터널의 물을 사용하려면 별도 관로를 설치해야 한다”면서 “공사를 당장 시작하면 오는 20일부터 하루 1만t의 물을 남대천으로 흘려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릉시는 이 물을 남대천 구산농보에 저장한 뒤 오봉저수지로 끌어올리거나, 홍제정수장과 직접 연결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환경부는 지난달 28일부터 방류 터널 내 수질 검사를 진행하고 있고, 강릉시도 이와 별도로 수질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환경부의 수질 검사 결과는 이번 주 중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시 관계자는 “방류 터널의 물 공급 여부는 수질 적합 판정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물 공급 결정이 내려지면 곧바로 공급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릉 주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이날 12.4%까지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정부의 ‘주간 생활·공업용수 가뭄 현황 및 전망’ 자료에 따르면 앞으로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4주 내 5% 이하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강릉시는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0% 아래로 떨어지면 새벽 시간대 물을 끊는 ‘시간제’ 단수를 시행할 계획이며,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격일제’ 단수까지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