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양 매티재에서 발굴된 여순사건 희생자 유해./위원회

1948년 여순사건 당시 무고하게 희생된 민간인의 신원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2021년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 이후 정부 차원의 유해 발굴이 시작됐는데 희생자 신원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으로 추가 사례가 더 나올지 주목된다.

5일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위원회)에 따르면 전남 담양군 대덕면 옥천약수터에서 발굴된 유해 26구 가운데 2구의 신원이 확인됐다. 위원회는 유전자 대조 검사를 거쳐 담양에서 발굴된 2구와 유가족들의 유전자가 일치한 것을 확인했다.

담양 옥천약수터에서는 작년 2월에 유해 26구와 탄피, 고무신 등 유류품 109점이 발견됐다. 발굴된 유해는 작년 7월 봉안식을 거쳐 세종추모의 집에 안치됐다.

옥천약수터는 1950년 7월 구례 지역에서 예비 검속으로 광주로 이송되던 희생자들이 집단 학살된 곳으로 지목된 곳이다. 광양 매티재에서도 지난 2월부터 발굴이 시작돼 유해 9구와 탄피, 고무신 등 유류품 46점이 발견됐다.

수습된 유해와 유류품은 지난 8월까지 세척과 보전 처리, 유전자 검사 및 분석 등의 과정을 거쳤다. 위원회는 작년 11월부터 담양과 광양에서 유해 35구를 수습해 구례·광양·하동 지역 유가족 94명을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를 했다.

이번에 신원이 확인된 2구 외에 33구의 유전자 정보가 유가족과 일치하지 않아 추가 조사와 발굴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위원회는 오는 25일 오전 10시 광양시 공설운동장 체육관에서 유해 봉안식을 열 예정이다.

2023년 10월 19일 전남 고흥문화회관 광장에서 열린 ‘여순 10.19사건 제75주기 합동추념식’에서 김영록 전남지사가 추모사를 하고 있다./전남도 제공

봉안식은 올해 광양 매티재에서 새로 발굴된 유해 9구에 대한 장례식에 이어 신원이 확인된 담양 옥천약수터 희생자 유해 2구를 가족 품에 인도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봉안식을 마치면 광양 매티재 발굴 유해 9구는 국가 묘역인 세종 추모의 집에 안치될 예정이다.

위원회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유해는 지속해 유족 채혈과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고, 올해 11월 구례 차독골에서 유해를 추가 발굴할 계획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유족의 한을 풀어주고 과거와의 화해와 국민 통합에 이바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여순사건은 1948년 여수에 주둔하던 국군 14연대 일부 군인이 정부의 ‘제주 4·3 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면서 일어났다. 1955년 지리산 입산 금지가 해제될 때까지 전남과 전북, 경상남도 일부 지역에서 많은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