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내에 위치한 삼성혈/제주도

제주지역에 뿌리를 둔 옛 탐라왕국의 기원을 상징하는 고·양·부 삼성(三姓)사재단이 창립 104년 만에 존폐 기로에 놓였다.

4일 삼성사재단에 따르면 작년에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로 부과된 세금은 41억8600만원이다. 또 올해와 내년까지 납부할 세금 예상액은 116억원에 달한다.

세금 폭탄을 맞은 토지는 조선시대 임금이 탐라국을 건국한 삼성(三姓) 시조를 위해 하사한 위토(位土)다. 위토란 제례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마련된 토지다. 삼성사재단은 일제강점기 토지조사령에서 토지 수탈을 막고 법적 주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1921년 비영리 재단으로 설립됐다.

재단에 따르면 지방세법 개정 전인 2021년 약 5억원의 세금을 냈다. 그런데 정부는 2022년부터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사학법인과 종교단체까지 종부세를 단계적으로 적용하면서 삼성사재단도 포함됐다. 그 결과 2022년 17억원, 2023년 28억원, 2024년 41억원 등 매년 세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재단 관계자는 “그동안 재단 소유 토지를 처분하면서 세금을 냈다”며 “정부가 지속적으로 종부세를 부과할 경우 10년 내 자산이 소멸돼 제향(祭享·나라에서 지내는 제사)은 물론 장학사업, 탐라문화상 시상 등 공익활동과 사회공헌을 하기 어렵게 됐다”고 했다.

재단 측은 지난해 9월 세금 감면을 위한 국회 청원을 냈다. 재단 측은 “종친·문중회가 법인재단으로 설립된 것은 삼성사재단이 유일한 사례”라며 “국가에서 하사한 토지 때문에 ‘파산’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법 개정의 필요성을 밝혔다.

같은 성과 본을 가진 후손들이 공동의 선조를 모시는 종중(宗中)은 자연발생적 혈족·친목단체로 세금 부담이 크지 않았다. 2013년까지만 해도 삼성사재단은 연간 5000여 만원의 세금을 냈다. 그런데 2013년 정부의 유권해석에서 ‘3개의 종중이 공익목적을 위해 출연된 재산을 기반으로 재단법인을 설립, 등기를 했다’며 자연발생적인 혈족단체가 아닌 법인격을 갖춘 재단으로 판단, 분리 과세(낮은 세율 부과) 특례를 인정하지 않았다.

삼성사재단은 지난해 남조로 도로 편입 보상금과 아파트 등을 처분해 41억원의 세금을 납부했다.

재단은 현재 약 1500필지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의 법에 따라 세금을 낼 경우 10년 내 존립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국가지정 문화재 사적 134호인 삼성혈(三姓穴)은 삼신인이 솟아난 세 개의 구멍[穴을 뜻한다. 1526년(중종 21) 이수동 제주목사가 돌담을 쌓고, 붉은 칠을 한 홍문(紅門)과 혈비(穴碑)를 세우면서 성역화됐으며, 유교식 혈제(穴祭)를 지냈다. 1698년(숙종 24) 유한명 목사는 탐라시조의 위패를 모신 성전인 삼성전(三姓殿)을 건립했다. 1785년 정조는 삼성사(三姓祠) 편액을 하사했다. 매년 4월 10일과 10월 10일에 춘추대제를, 12월 10일 탐라 시조를 기리는 건시대제(乾始大祭)를 봉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