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전화금융 사기) 일당의 말에 속아 나흘간 모텔에 머물며 자신이 실제 하지도 않은 사기 범행 연루에 대한 반성문을 쓰던 20대가 출동한 경찰관의 설득으로 다행히 금전적 피해를 면했다.
2일 대전동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28일 ‘아들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당한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대전 동구 용전동의 한 모텔로 출동했다. 대구에 사는 A(20대)씨는 지난달 25일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수사 중인 사기 범죄에 당신의 계좌가 연루됐다. 구속영장 청구를 위한 수사를 해야 하니 대전으로 이동해 모텔에 투숙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이 말을 의심하지 않고 대전 모텔에서 이른바 ‘셀프감금’에 들어간 A씨는 ‘그동안 살아왔던 일과 잘못한 일을 모두 반성문으로 쓰라’는 사기단의 지시를 따랐다고 한다. A씨가 나흘간 자필로 쓴 반성문은 A4 용지 10장에 달했다. 반성문을 쓰면서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전화 지시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조사 결과 A씨가 쓴 반성문에는 ‘개인정보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제 잘못으로 범죄에 연루됐다’는 등 실제 가담하지도 않은 범죄에 대한 내용을 쓰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무죄 증명을 위해 자산 검수가 필요하니 돈을 준비하라’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말에 속아 부모로부터 2000만원, 긴급 대출로 2000만원을 빌려 모두 9000만원을 마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사기단에 송금을 하지는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A씨는 경찰이 출동하자 처음에 “피해를 본 사실이 없다”며 항의했다. 이에 출동한 경찰관이 1시간 넘게 보이스피싱 셀프감금 사례를 끈질기게 설명한 뒤에야 A씨를 설득시켜 모텔에서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한 금전 요구를 넘어, 반성문 등 갖가지 수법으로 피해자 심리를 지배하는 등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이 나날이 다양해지는 추세”라며 “의심이 가는 전화를 받으면 즉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