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춘천시 상중도(上中島)에 조성되는 생태 정원의 조감도. 춘천시는 상중도 서쪽 18만㎡ 땅에 154억원을 들여 ‘호수 위 정원’을 만든다. 올 하반기 착공해 2027년 개장한다는 계획이다. 카약을 타고 섬 주변과 습지를 둘러볼 수 있는 카약 선착장도 만든다./강원도 춘천시

지난 26일 오후 강원 춘천시 상중도(上中島). 의암호 가운데 떠 있는 65만㎡ 크기 섬이다. 남이섬(46만㎡)보다 크다. 둘레길을 걷던 관광객들이 벤치에 앉아 ‘물멍’을 하고 있었다. 최일구(45)씨는 “여기선 물이 보석처럼 반짝인다”고 했다.

상중도는 1967년 북한강에 의암댐을 지으면서 생긴 섬이다. 습지와 비닐하우스 등이 있다. 하류에 있는 하중도(下中島)에는 2022년 ‘레고랜드’가 들어섰다. 상중도와 하중도는 작은 다리로 연결된다. 두 섬을 묶어 중도라고도 한다. 2018년 춘천역과 하중도를 잇는 춘천대교가 생겨 상중도까지 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

호수지방정원이 들어설 춘천시 의암호 내 상중도
상중도 내에 호수지방정원이 들어갈 위치/그래픽=이진영

이런 상중도가 ‘호수 위 정원’으로 탈바꿈한다. 춘천시는 상중도 서편 18만㎡에 154억원을 들여 생태 정원을 조성한다고 28일 밝혔다. 올 하반기 착공해 2027년 개장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설계 작업 중이다. 춘천시는 “전국에 정원은 많지만 호수 한가운데 섬을 정원으로 만드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상중도 호수정원은 호수 위 정원의 특징을 살려 만든다. 카약을 타고 정원을 둘러볼 수 있게 카약 선착장도 만든다. 황미정 춘천시 정원개발팀장은 “수면 높이에서 바라보는 정원은 색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수변 둘레길도 만든다. 둘레길 주변에는 부들, 부처꽃 등 수생식물을 심는다.

춘천시는 호수정원과 레고랜드를 묶어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레고랜드와 호수정원은 걸어서 30분 정도 거리다. 자전거를 타면 10분이면 오갈 수 있다. 2029년엔 중도와 춘천 서면을 잇는 서면대교가 개통한다. 그러면 춘천역과 중도, 서면이 바로 연결된다. 지금은 춘천역에서 서면을 가려면 호수에 막혀 30분씩 돌아가야 했다. 춘천시 관계자는 “춘천역을 중심으로 중도, 서면 토이로봇관·애니메이션박물관 등을 묶어 연계 관광 상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호수지방정원 카약선착장 및 카약킹 아일랜드 조감도/춘천시

내년 7월 상중도에는 산림청 국립정원소재센터가 문을 연다. 정원소재센터는 정원 관련 장비, 식물, 흙 등을 연구·생산하는 곳이다. 온실과 야외 전시장 등을 갖춘다. 김득정 춘천시 녹지정원과장은 “정원소재센터와 호수 정원을 묶어 정원산업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며 “전국의 정원 애호가들이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2028년에는 호수 정원의 규모를 30만㎡ 이상으로 확대하고 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김윤철 춘천시 건설국장은 “순천만 국가정원처럼 국가정원 지정에도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2015년 국내 첫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순천만국가정원에는 2023년 관광객 980만명이 찾았다. 경제효과가 연간 8000억원에 달한다.

춘천시는 상중도 호수정원을 중심으로 춘천시 전체를 정원 도시로 만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올 연말까지 시내에 정원 33곳을 조성해 산책로로 연결한다. 춘천시 평생학습관에선 도시 정원을 가꿀 ‘시민 정원사’를 길러 내고 있다. 지난해 40명을 배출한 데 이어 올해 51명이 ‘시민 정원사’가 된다. 노영대 춘천시 정원계획팀장은 “단순히 도시에 정원을 조성하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춘천의 새 브랜드로 정원 도시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춘천은 서울과 1시간 거리다. ITX청춘 열차를 타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도 많다. 2027년 서울과 강원 속초를 연결하는 동서고속화철도가 개통한다. 2031년에는 제2경춘고속도로도 생긴다. 그러나 상수원 보호 규제 때문에 공장 하나 세우기 어렵다. 춘천시 인구는 2022년(28만7000명)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