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6일 오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한 레스토랑. 한국 유명 셰프 최현석씨가 손을 머리 위로 치켜든 채 잘 구운 한우에 소금을 뿌렸다. 할랄 인증을 받은 한우 23마리를 UAE 정부 기관 관계자와 현지 언론인, 육류 바이어 등 현지인 250여 명에게 선보인 것이다. 최씨는 “중동에 우리 한우가 진출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한우를 맛본 현지인들은 호평 일색이었다. 마리암씨는 “육질이 풍부해 아주 맛있다”며 “앞으로 고품질의 한국 소고기 요리가 매우 기대된다”고 했고, 셀마씨는 “소고기를 상추와 소스에 싸서 먹으니 건강에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엄경익 횡성축협 조합장(전국축협한우 조합장협의회장)은 “앞서 한우가 홍콩, 마카오에 늦게 진출했는데 와규(일본산 쇠고기)를 능가하고 있다”며 “횡성 한우는 최고의 맛을 자랑하기 때문에 UAE 시장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이르면 오는 10월 할랄 인증을 받은 한우의 UAE 수출길이 열릴 수도 있다고 27일 밝혔다. 중동에 한우를 수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홍문표 aT 사장은 “한우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해 온 소중한 유산이자 농촌의 재산 목록 1호였다”며 “특별한 날 귀한 손님에게 대접하는 정서적 가치를 지닌 이런 한우가 드디어 중동 땅을 밟게 됐다”고 말했다. aT 관계자는 “UAE를 비롯한 중동 지역에 한류 확산과 함께 한우 수요가 폭발해 고급스러운 한국식 바비큐 식당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에는 공식 할랄 도축장이 없어 UAE 등 중동에 한우를 수출할 수 없었다. 2022년부터 현지 수요 조사 등을 통해 할랄 인증을 준비했고, 지난 1월 강원도 횡성케이씨(KC)가 국내 처음으로 UAE 국제 할랄 도축장 인증을 받았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제조, 가공, 보관돼야 ‘할랄(Halal) 식품’으로 인증받을 수 있다. 소고기는 엄격한 도축 규정 준수가 필수다. 가령 이슬람 성지 ‘메카’ 방향으로 소를 눕혀 죽이고, 기도문을 낭송해야 한다. 전 세계 무슬림 인구는 약 20억명으로, 세계 인구의 28.3%를 차지한다. aT는 중동 외에도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 할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 나라는 인구 2억 8000만명 중 87%가 무슬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