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대표 수묵화가 공재 윤두서의 ‘세마도’ 진본이 321년 만에 처음 일반에 공개된다.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사무국은 세마도 진본을 ‘2025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열리는 전남 해남군 고산 윤선도박물관에서 8월 말부터 2개월 동안 공개한다고 11일 밝혔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수묵비엔날레는 오는 30일부터 10월 31일까지 전남 해남권(고산 윤선도박물관·땅끝 순례문학관), 진도권(소전미술관·남도전통미술관), 목포권(문화예술회관·실내체육관) 등 6개 전시관에서 나눠 열린다.
그동안 세마도 진본은 해남 윤선도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왔다. 박물관 측은 진본은 공개하지 않고 복제한 ‘영인본(影印本)’만 전시했다. 이 때문에 세마도는 그동안 학계 논문이나 도록에서 일부 이미지로만 소개됐다. 보존 상태조차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수묵비엔날레 사무국 관계자는 “수묵비엔날레 성공 개최를 위해 박물관 측에서 이번에 전격적으로 진본을 2개월간 최초로 전시한다”며 “항온과 항습 등을 유지하는 전시 시스템을 점검했기 때문에 진본이 훼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마도는 현존하는 말 그림 중 제작 연대가 기록된 기년작(記年作)이자 가장 이른 시기의 작품이다. 왼쪽 상단에 ‘갑신유월일제(甲申六月日製)’라고 쓰여 윤두서가 37세(1704년) 때 그린 것임을 알 수 있다. 말을 매어두고 나무 밑에서 휴식을 취하는 두 명의 관리와 강에서 말을 목욕시키는 마부를 소재로 한 그림으로 윤두서의 말 그림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오른쪽 위에는 ‘공재지기(恭齋之記)’라는 주문인(朱文印)이 찍혀 있다. 왼쪽 관서 밑에는 ‘청구자(靑丘子)’와 ‘효언(孝彦·윤두서의 자)’이 날인돼 있다. 강가에서 쉬는 관리들, 나무에 매인 말들, 강에서 마부가 말을 씻는 장면 등이 화면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윤재갑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총감독은 “세마도는 고산 윤선도 해남 종가의 역사성과 수묵 예술의 철학적 기반 등과 연결된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수묵비엔날레가 단순한 작품 전시를 넘어 수묵 예술의 철학과 문화적 깊이를 재조명하고 지역민과 예술인, 국내외 관람객이 함께하는 문화 교류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수묵비엔날레 주제는 동아시아 해양 문명권에 주목해 ‘문명의 이웃들’이다. 20국 작가 83명이 참여해 수묵의 전통성과 현대성을 아우르는 회화, 설치,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장르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