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인천 옹진군 백령도 용기포 선착장. 백령도를 찾은 관광객들이 여객선에서 내리고 있다. 인천시가 올해 여객선 요금을 깎아주는 ‘인천 i 바다패스’를 도입한 이후 섬을 찾는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다. /독자 제공

지난 19일 오전 7시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 평일이었지만 대합실 안은 백령도, 연평도, 자월도, 굴업도 등 서해 섬으로 떠나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대합실 좌석 400여 개가 꽉 찼다.

인천시가 올 1월부터 ‘인천 i 바다패스’를 도입하면서 바뀐 풍경이다. ‘인천 i 바다패스’는 인천 섬을 오가는 여객선 요금을 깎아주는 할인권이다. 인천 시민의 경우 시내버스 요금 수준인 1500원만 내면 200㎞ 떨어진 백령도까지 갈 수 있다.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 패스를 이용하면 평일 여객선 요금을 최대 70% 할인받을 수 있다. 다만 섬에서 1박 해야 한다.

인천 섬 주민들은 2022년부터 이미 1500원에 여객선을 타고 있다.

패스를 도입한 이후 섬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인천시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지난달까지 인천 여객선을 이용한 사람(섬 주민 제외)은 29만3994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23만8202명)에 비해 23.4%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인천 시민은 20.6%,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온 관광객은 42.7% 증가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올해 바다패스 예산으로 39억5000만원을 준비했는데 예상보다 수요가 많아 10억원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했다.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섬 경제도 살아나고 있다. 백령도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여객선 요금 부담이 줄어들면서 손님이 1년 전보다 30%는 늘었다”며 “예전엔 평일엔 썰렁했는데 요즘은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손님이 온다”고 했다. 평일에 백령도를 1박2일 여행하는 상품은 한 달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한다. 주 고객은 60~70대다.

백령도행 여객선에서 만난 관광객 김모(60·충남 천안)씨는 “1박2일 일정으로 백령도 자전거 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할 예정”이라며 “바다패스 덕에 왕복 14만원인 뱃삯을 5만원만 냈다. 사실상 돈을 번 셈”이라고 했다.

대청도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조모(69)씨는 “요즘은 배만 들어오면 식당 자리 50개가 꽉 차 장사할 맛이 난다”고 했다.

인천 옹진군은 섬 지역의 ‘인구 감소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백령도 등 20여 개 섬을 거느린 옹진군은 올 들어 인구가 1만9776명으로 줄었다. 2만명 선이 무너졌다.

관광객이 몰리며 예상치 못한 문제도 생겼다. 지난 19일 찾은 인천 자월도 쓰레기장에는 쓰레기가 어른 키 높이만큼 쌓여 있었다. 쓰레기 선별장 직원은 “최근 2년 새 섬에서 배출되는 쓰레기가 2배 가까이 늘어났다”며 “그동안 섬에서 볼 수 없었던 플라스틱 음료수 병이 특히 많다. 죄다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것들”이라고 했다. 자월도를 경유하는 여객선 이용객은 올 1~5월 5만4020명으로 1년 전(3만5790명)보다 51% 늘어났다.

‘한국의 갈라파고스’ ‘백패킹의 성지’로 불리는 굴업도도 쓰레기 문제로 시끄럽다. 올 1~5월 굴업도를 찾은 관광객은 8120명으로 1년 전의 1.5배가 됐다. 인천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1~22일 굴업도 일대를 탐사해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물티슈가 섬 곳곳에서 발견됐다”며 “바다패스 때문에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걱정된다”고 했다. 오버투어리즘은 과도한 관광객이 몰려 환경이 훼손되고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현상을 말한다.

관광객들이 섬에서 나는 바지락이나 고사리 등을 무단으로 캐 주민들과 다투는 경우도 있다.

자월도 선착장엔 ‘섬 어민들의 생업 현장인 바다! 불법 해루질은 생계를 위협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최근 관광객들이 갯벌에 들어가 바지락을 캐다가 주민들에게 쫓겨난 일도 있었다. 섬 주민들은 “생업을 위해서 키우는 바지락인데 관광객들은 호미까지 챙겨와 캐간다”며 “속상하다”고 했다. 주민 남모(64)씨는 “관광객이 들어오는 날에는 고사리나 엄나무 키우는 밭을 교대로 지키기도 한다”고 했다.

일부 여객선은 관광객이 넘쳐 섬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자월도 주민 정모(63)씨는 “요즘은 표를 못 구할까 봐 걱정돼 평소보다 서두르고 있다”고 했다.

인천시는 “여객선 회사, 섬 주민들과 협의해 불법 채취, 쓰레기 문제 등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