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조직의 협박에 속아 스스로 모텔에 들어가고 원격제어까지 당했던 20대가 출동한 경찰의 설득 끝에 금전적인 피해를 면했다.
11일 대전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일 “여자친구가 수사관이라는 사람과 통화하더니 어제부터 모텔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고 있다”는 남자친구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해당 모텔에 출동했다.
조사 결과, A(20대)씨는 사건 신고 전날부터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범들의 연락을 받았다. 또 그들로부터 가짜 수사서류를 받고 겁에 질려 시키는 대로 지시를 따르고 있었다고 한다.
보이스피싱범들은 A씨에게 “검찰이 수사 중인 특수 사기 사건에서 당신의 계좌가 발견됐다”면서 “범죄에 관여하지 않았느냐”고 장시간 추궁했다. 이어 “혼자 있을 수 있는 곳에 가서 대기하라.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바로 구속하겠다”고 겁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A씨는 지난 1일 오후 3시쯤 혼자 모텔로 가서 20여시간가량 머물면서 보이스피싱범들과 통화를 이어갔다. 또 그들의 지시에 따라 스마트폰 공기계를 구입했고, 스마트폰에 대한 원격제어 앱까지 다운받아 실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A씨는 신고를 받고 모텔로 출동한 경찰마저 강하게 의심할 만큼 보이스피싱범들의 말을 믿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경찰은 A씨가 보이스피싱범들로부터 받은 수사서류가 가짜 서류라는 사실을 확인시키고, 끈질긴 설명과 설득을 한 끝에야 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조직은 계속 겁박과 가스라이팅을 일삼으며 피해자를 고립시켜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게 만드는 수법을 쓴다”며 “수사기관을 사칭하거나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내용의 연락을 받을 경우 경찰에 신고하거나 가까운 경찰서를 찾아 도움을 청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