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제군 설악산 해발 1065m 지점에 있는 옛 희운각 대피소의 모습. 강원도 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설악산 해발 1065m 지점에 있는 옛 ‘희운각 대피소’가 강원도 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고 10일 밝혔다. 설악산의 최고봉인 대청봉으로 향하는 등산객들이 쉬어가던 곳이다. 등산 시설이 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옛 희운각 대피소는 1969년 2월 발생한 ‘설악산 10동지 조난 사고’를 계기로 그해 10월 산악인 최태묵씨가 세웠다. 당시 한국산악회 회원 10명이 등반 훈련 도중 눈사태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유사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피소를 만든 것이다. 최씨가 낸 사비에 산악인들이 후원을 더했다. 최씨의 호인 ‘희운(喜雲)’에서 이름을 따왔다.

설악산 북쪽 천불동 계곡이나 공룡능선을 거쳐 대청봉에 오르는 탐방객이라면 두루 들르는 곳이었다. 크기는 약 21㎡로, 단층 건물이다. 벽은 돌로 쌓았고, 지붕은 철근과 시멘트로 올렸다. 작은 원룸 하나 크기지만 많게는 10명가량이 이곳에서 추위를 피해 밤을 지낼 수 있었다. 1979~1981년엔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이곳에 머물며 대피소 관리를 하기도 했다.

지금은 건물만 남았다. 강원도가 1986년 바로 옆에 30명이 머물 수 있는 새 건물을 지었고, 이후 국립공원공단이 건물을 증축해 최대 8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2020년부터 옛 희운각 대피소는 사용하지 않게 됐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측은 “과거 산악 대피소의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어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며 “앞으로 설악산 대피소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