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이 빠르면 2026년 중구와 동구, 서구 같은 방위식 자치구 명칭이 없는 첫 번째 대도시가 될 전망이다.
인천은 그동안 방위식 자치구 명칭이 실제 방위와 맞지 않게 돼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있었다. 방위식 명칭은 지역이 가진 역사적 전통성과 향토적 특성도 반영돼 있지 않아 주민 소속감과 자긍심 고취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지난 2018년 인천 남구가 미추홀구로 이름을 바꾼 데 이어, 행정구역 개편으로 중구와 동구가 2026년 제물포구로 통합 출범하게 되면서 서구가 인천 11개 기초단체 중 방위식 명칭을 쓰는 유일한 자치구로 남게 됐는데, 서구가 최근 명칭 변경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인천 서구는 “오는 2월 9일까지 ‘새로운 서구 명칭 공모전’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29일 밝혔다.
서구는 전국 광역시 자치구 중 5곳에서 서구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고, 단순히 서쪽을 의미하는 현재의 방위식 명칭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특성을 담아내지 못한다며 명칭 변경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서구는 이번 공모전에 앞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구 명칭 변경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전문 조사기관에 의뢰해 주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구 명칭변경에 대한 주민의식 여론조사’에선 69.5%가 “긍정적”이라고 응답했다.
서구는 공모전 결과를 토대로 2월 중 ‘구 명칭 변경 추진위원회’를 열어 5개의 구 명칭 후보를 선정하고, 주민 선호도 조사를 진행한다. 3월엔 구 명칭을 최종 선정해 서구의회의 의견청취를 하고, 행정안전부 법률제정 건의 등 절차를 밟아 내년 7월 새로운 명칭이 사용되도록 할 방침이다.
서구 관계자는 “1988년 인천 북구에서 분구되면서, 북구의 서쪽이라는 의미로 서구라는 이름이 붙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청라구, 연희구, 서곶구 등 다양한 이름들이 서구의 새 이름으로 거론되고 있는데, 지역의 정체성을 담은 새로운 이름을 찾아 주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도시 발전의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중구와 동구, 서구, 남구, 북구 등 방위식 명칭은 1957년 구제(區制)가 시행되면서 처음 쓰였다고 한다.
인천시 등에 따르면, 1968년 중구와 동구, 북구, 남구 등 4개구가 처음 출범했다.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당시 인천시청(현 중구청)이 있던 곳을 중구로 하고 중구의 동쪽을 동구, 남쪽을 남구, 북쪽을 북구로 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1981년 경기도에서 분리돼 직할시로 승격한 인천은 이후 인구 증가 등에 따른 분구(分區)가 이어졌고, 광역시로 이름이 바뀐 1995년엔 경기도에 속해 있던 강화군과 옹진군 등이 인천에 편입되면서 도시가 크게 확장됐다.
이 과정에서 인천의 방위식 지명이 실제 방위와 맞지 않게 됐다. 중구는 인천의 서쪽 바닷가를 접한 지역이 됐고, 서구 일대가 인천 내륙의 중앙부가 됐다. 인천 동부지역엔 동구가 아닌 부평구와 남동구 등이 있다.
인천에서 방위식 명칭을 쓰던 자치구 가운데, 북구는 1995년 부평구와 계양구로 나눠지면서 사라지게 됐다.
1988년 남동(南洞)구와 1995년 연수구를 각각 분구시킨 남구는 지난 2018년 지역의 정체성을 찾고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미추홀구로 명칭을 바꿨다. 분구 등의 이유 없이 기존 명칭을 변경한 전국 첫 사례로 손꼽힌다.
인천 중구와 동구는 통합돼 2026년 제물포구로 출범한다. 제물포구 출범과 함께 신설되는 자치구는 영종구(중구에서 분구)와 검단구(서구에서 분구) 등으로, 방위식 명칭을 쓰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인천에서 방위식 명칭을 쓰는 자치구는 서구 하나만 남게 된다.
방위식 자치구 명칭은 다른 서울(1개)을 비롯해 부산(5개), 대구(5개), 광주(4개), 대전(3개), 울산(4개) 등 대도시에 공통적으로 있어 차별성이 떨어진다. 해당 지역의 역사성과 향토성 등 특성을 이런 명칭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김창수 인하대 대학원 문화경영학과 초빙교수는 “정부가 행정편의적으로 붙인 방위식 명칭보다는 해당 지역의 역사와 특성을 상징하는 고유한 이름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비용이 다소 발생하더라도 주민들의 정주의식을 강화하고 지역을 브랜드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만큼, 방위식 지명을 쓰는 다른 대도시들도 명칭 변경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