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로고. /조선일보DB

비 내리는 저녁 어두운 도로 위를 역주행해 걸어오던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 2명에게 2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1·2심 재판부 모두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운전자가 전방주시 의무를 다했더라도 사고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4부(재판장 구창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1심의 무죄 판결을 유지했다.

2022년 11월 22일 오후 6시 13분쯤 충남 예산군의 한 편도 2차로 도로를 주행하던 운전자 2명은 80대 보행자를 잇달아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고 직전 피해자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어두운 옷 차림으로 차량 주행 방향의 1·2차로 도로 위를 걸어오고 있었다. 당시 1차로를 달리던 카고트럭이 15m 전방에 있던 피해자를 발견하고 급히 경적을 울렸고, 잠시 후 2차로로 피한 피해자가 뒤따르던 차량과 곧바로 부딪혔다. 또 다른 차량도 바닥에 쓰러진 피해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충돌했다.

당시 사고를 낸 운전자들은 규정 속도인 시속 60㎞ 이하로 주행했고, 음주운전이나 신호위반 등 교통법규를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지점은 가로등도 없어 도로가 상당히 어두웠고, 비까지 내리고 있어 시야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대형 카고트럭보다 차고가 낮은 일반 승용차 등은 도로 위 피해자를 발견하기가 더 힘들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1심 재판부는 “사고 장소가 평소 보행자가 무단횡단하거나 차도 중간을 보행자가 걷고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곳이었다”며 “차량 정지거리를 감안하면 운전자들이 전방주시 의무를 다했다 하더라도 충돌을 피할 수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운전자 2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검사는 “피고인들이 사고를 예측하고 회피할 가능성이 상당함에도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의 위법이 있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판단도 1심 재판부와 같았다. 2심 재판부는 “운전자들이 사고를 예견하거나 회피했을 가능성이 있었다는 검사 주장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는 1심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보이고,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소 기각 사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