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서부지원 전경./뉴스1

국내 반도체 제조기업의 첨단기술을 빼돌려 중국 기업에 유출한 회사 대표와 임원 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 5단독 김희영 부장판사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영업비밀 국외누설등)등으로 기소된 대구지역 반도체 회사의 대표 A씨에게 징역 2개 6개월을, 상무 B씨에게 징역 2년을, 연구소장을 지낸 C씨에게는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또 A씨가 대표로 있던 반도체 및 태양광 발전용 전문장비 제작업체에는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이 회사 대표인 A씨 등은 2015년 8월~2016년 1월 국내 기업이 보유 중인 반도체 웨이퍼 제조를 위한 첨단기술 및 영업비밀인 설계도면 수십장을 빼돌려 중국 상하이(上海)에 있는 신생 반도체용 웨이퍼 제조업체에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대표는 이 과정에서 함께 기소된 피해기업의 과장급 직원이던 C씨를 자신 회사의 연구소장으로 영입, 기술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반도체 웨이퍼 제조 분야 세계 5위 업체였던 피해기업은 2019년 기준 연매출이 1조5429억원 상당으로, 전 세계 웨이퍼 판매량의 약 17%가량을 차지했다.

태양광용 웨이퍼 제조 장비 생산을 주 업종으로 하던 A대표의 회사는 2015년 당시 매출이 9억2000만원에 불과했지만, C씨를 영입한 뒤 반도체용 웨이퍼 제조 장비까지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2016년~2017년 중국 기업에 6800만 달러 이상의 장비를 수출할 정도로 성장했다. 또 2014년 설립된 중국기업도 이들이 빼돌린 첨단기술을 이용해 2019년~2020년에 610억 원 상당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등 급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A대표 등의 이러한 범죄는 국내 기업의 반도체 기술이 유출돼 중국에서 무단 사용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국정원이 추적한 끝에 적발, 검찰에 이첩하면서 드러나게 됐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은 피해기업의 영업비밀이 중국에서 사용될 것임을 잘 알면서 부정한 이익을 얻기 위해 사용·누설했고, 아무 기술도 없던 중국 업체가 불과 몇 년 만에 피고인과 해당 기업이 이룬 업적만큼의 성과를 냈다”며 “이번 사건을 엄벌하지 않으면 해외 경쟁업체가 우리 기업이 각고의 노력으로 쌓아온 기술력을 손쉽게 탈취하는 것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