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골프장./조선DB

제주도가 골프 이용료를 내릴 것을 지역 골프업계에 요구했으나 퇴짜를 맞았다. 골프업계는 오히려 해외로 빠져나가는 골프 관광객을 제주로 유치하기 위한 행정당국의 지원을 요구했다.

16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15일 제주지역 대중형 골프장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도민과 상생하는 골프산업 발전을 위한 관계자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는 최근 제주를 찾는 골프 관광객이 줄면서 관광업계 경영수지도 악화하고,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 지역 상생 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지난해 제주지역 29개 골프장 이용객은 241만5970명으로 2022년 282만305명과 비교해 14.3%(40만4335명) 감소했다. 이 중 제주도민 이외 내국인과 외국인 이용객은 141만6969명으로, 전년 동기 180만2281명보다 21.4% 줄었다. 제주도민 이용객은 99만9001명으로, 전년 동기 101만8024명보다 1.9% 감소했다.

골프 관광객이 급감한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 엔데믹으로 전환된 뒤 저렴하게 골프를 칠 수 있는 해외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늘면서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엔저 현상’ 등으로 일본 골프비용이 제주도보다 저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골퍼들이 일본과 동남아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골프 관광객이 줄면서 공항과 중문 내국인면세점 매출이 20∼30% 감소하고, 음식점·숙박업소 등 관련 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골프장 그린피는 주중(평일) 10만~28만원, 주말에는 가장 싼 데가 15만원으로, 부킹조차 어려웠던 코로나 시기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 여기에 4인 기준 캐디피 15만원에 10만원 안팎의 카트비, 그 외 식음료까지 포함할 경우 1인당 25만~30만원을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제주도는 간담회에서 골프장 업계에 도민전용요금 및 계절할인제, 고비용 인식 개선을 위한 캐디·카트 선택제, 카트비 및 그늘집 비용 인하, 사회공헌활동 확대를 위한 기부존 운영 및 소외계층 후원, 고향사랑기부자 골프장 이용료 할인 등을 제안했다. 대신 국제골프박람회 유치, 국내·외 골프대회 유치, 자체 대회 개최 골프장 인센티브, 골프 아카데미 및 캐디 양성 프로그램 지원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골프장 업계는 코로나 이후 일본과 동남아 등 해외 골프관광이 증가하고 수도권보다 낮은 그린피와 물가상승 등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오히려 행정이 지원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업계는 골프 비시즌 이용객 유치를 위한 골프장 페스티벌 개최 지원, 항공과 연계한 관광상품 개발 및 마케팅 지원, 도정 홍보 채널 등을 통한 제주 골프 홍보, 외국인 응대 캐디 양성 프로그램 지원 등을 요구했다. 이용객 유치를 위한 구체적인 가격 인하 등 자체적인 방안 제시보다는 행정당국의 지원만 요구한 셈이다.

김양보 제주도 문화체육교육국장은 “골프산업이 지역과 상생하고 도민과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산업이 될 수 있도록 행정과 골프업계가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