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서귀포시 범섬./연합뉴스

천연보호구역인 서귀포시 범섬에 사는 ‘토끼 소탕’ 작전이 펼쳐진다.

4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에 따르면 올해 서귀포시 범섬(천연기념물 제421호·면적 9만3579㎡)에 대량 번식해 서식하는 토끼를 포획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토끼가 불어나면서 자생식물들의 잎과 뿌리를 갉아먹는 등 생태계 파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범섬 토끼는 1950년대 섬에 살던 주민에 의해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귀포시가 2002~2004년 3년간 범섬 토끼 포획작업을 추진했지만 사실상 소탕에 실패한 후 일부 개체가 남아 다시 번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범섬에 방사된 후 번식하고 있던 염소 수십 마리에 대한 포획 작업도 함께 진행된 결과 염소는 사라졌다.

현재는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인 범섬에 서식하는 범섬 토끼 개체수는 100여 마리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천연기념물 범섬 식생에 대한 관찰 조사 결과 북서쪽 평지 대부분 식생이 굴토끼 먹이 활동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참으아리, 개머루 등 초본(풀)이 토끼 먹이활동으로 피해를 보았고 우묵사스레피나무, 예덕나무, 느티나무 등에도 토끼가 갉아 먹은 흔적이 다수 발견됐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범섬 곳곳에서 토끼 서식지로 보이는 굴과 배설물이 발견됐고, 이로 인해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고 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이달 중 포획 사업을 위한 용역 계약이 체결된 후 연말까지 포획이 전개될 예정으로 수풀이 우거지면서 토끼의 은신이 쉬워지는 여름이 오기 전에 집중 포획을 진행할 예정이다. 방법은 포획 틀을 이용한 생포에 나서고, 생포가 여의치 않을 경우 덫이 동원될 가능성도 있다. 생포된 토끼들은 유기동물보호센터 등으로 옮겨져 보호 조치될 예정이다.

서귀포시 범섬에서 발견된 토끼 배설물./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범섬 천연기념물 모니터링, 식생 정비사업 등 과정에서 토끼가 급증한 것으로 관찰되면서 생태계 건강 유지를 위해 포획에 나서는 것”이라며 “포획틀로 들개를 생포하는 동물 전문 단체나 연구기관 등이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토끼 번식력이 왕성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만큼 최대한 빨리 포획을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서 문섬·차귀도 토끼, 비양도 염소 등 부속도서에서 가축이 급증해 식생이 위협받자 포획이 진행됐다. 지금은 범섬 토끼만 남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범섬은 문섬 등과 함께 천연보호구역이자 천연기념물,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핵심지역,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국립공원 엄정 보호지역 등으로 지정·보호되고 있고, 희귀종인 후박나무와 생달나무 소기나무가 자라는 등 다양한 생태계를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