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관련 핵심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카이스트(KAIST) 교수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형사항소3부(재판장 손현찬)는 15일 산업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KAIST 교수 A(63)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2017년 중국의 해외 고급인재 유치 계획인 ‘천인계획’에 선발된 A씨는 2020년 2월까지 자율주행차 라이다(LIDAR) 기술 연구자료 등 72개 파일을 중국 현지 대학 연구원 등에게 누설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라이다는 ‘자율주행차의 눈’으로 일컬어지는 핵심 센서다.
A씨는 KAIST 연구원들에게 연구자료를 올리게 하고, 중국 대학 학생들은 업로드한 자료를 이용해 실제 연구를 수행하고 발표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1심에선 A씨가 유출한 연구자료 덕에 중국 연구원들의 지식이 급속도로 올라간 정황이 인정된다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유출한 기술이 그 자체로 당장 경제적 성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이 기술이 법으로 보호되는 첨단기술 범위에 속하는 만큼 A씨에게 비밀 유지 의무가 있었다”면서 “엄격히 보호해야 할 산업기술을 국외로 유출한 죄질이 가볍지 않으나, 개인적으로 얻은 이익 규모가 크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1심 선고 후 검사는 업무방해와 사기 혐의를 무죄로 본 1심 판결에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의 잘못이 있다며 항소했다. A씨도 “KAIST와 중국 대학 간 양 기관 협약에 따라 공동연구를 수행한 것뿐이며, 대부분 초기 아이디어 수준으로 산업기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A씨는 해당 기술이 원천·기초연구라서 실용성이 없다고 주장하나, 전문가 평가 등을 종합하면 산업기술로 보호 가치가 충분히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A씨는 천인계획에 따라 연구를 수행하며 금전적 이득을 취하고도 사전에 총장의 허가를 받지 않았고 이후에도 학교 측에 알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기술 유출 정황이 드러난 후에도 천인계획 계약서 제출을 거부하고, 자율주행차 핵심기술인 ‘라이다’가 아닌 범용 기술인 ‘라이파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은폐해 학교 측이 자체 심사를 했음에도 적발해내지 못했다”며 1심에서 무죄로 본 업무방해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A씨가 두뇌한국(BK)21 연구비와 센터 운영비를 라이다 연구 장비 구입에 전용해 학교 측에 손해를 끼쳤다며 사기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가 천인계획으로 취득한 이득이 15억3000여 만원에 달해 적지 않다”며 “인맥과 지식을 동원해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며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있는데 이 같은 행위는 학문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KAIST 측은 “A씨가 이 사건으로 직위해제된 상태로, 법원의 판결문을 받아본 뒤 징계위를 열어 파면 또는 해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 기술 유출 건은 지난 2021년 국정원이 적발해 검찰에 이첩한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