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법원. /조선DB

유신 체제에 맞서 저항운동을 벌이다 불법 구금과 가혹행위를 당했던 고(故) 김남주 시인 등 피해자와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광주지법 민사14부(재판장 나경)는 고 김 시인의 유족과 당시 전남대생이었던 이강·김정길·김용래·이평의·윤덕연씨, 이들의 가족 등 모두 42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청구한 금액 중 9.9∼44.2%를 인정, 1인당 390만∼11억5970만원 등 총 3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이들은 전남대 재학 시절 1972년 12월과 1973년 3월 유신 독재를 비판하는 선언문(지하신문 ‘함성’·'고발’ 등)을 뿌렸다. ‘함성지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으로 각각 수사기관에 167∼284일 동안 구금돼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했으며, 국가보안법 등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가 2021년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영장 없이 강제 연행돼 불법 구금·고문·가혹행위 속에 증거물을 압수당했다. 검경 수사 과정에서도 수사관의 폭행·협박으로 자백을 강요받았다. 수사·재판·처벌 과정 모두 위법했던 만큼 국가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가 오히려 가해자가 돼 국민을 불법으로 구금하고 증거를 조작해 위법한 재판을 받게 해 불법성이 매우 크다”며 “원고들이 대학에서 제적되거나 교사 임용이 취소되고, 가족까지 간첩이라는 오명으로 사회·경제적 불이익을 겪은 점, 50여 년간 배상이 지연된 점 등을 두루 고려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