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0일 오후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 모자와 마스크를 쓴 남성이 들어섰다. 그는 1층 계단 옆 통신단자함에 작은 봉투를 숨기고, 휴대폰으로 사진까지 찍었다.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구매자에게 필로폰을 전달하는 장면이었다. 던지기 수법은 특정 장소에 판매자가 물품을 놔두고 연락하면 구매지가 찾아가는 비대면 거래를 말한다.
경기 수원서부경찰서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중국 국적 A(31)씨를 검거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은 추적수사로 총책인 A씨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함께 마약을 투약한 여자친구 B(31)씨를 체포했다. 또 A씨로부터 마약을 매수한 27명을 잇달아 검거하는 등 모두 29명을 붙잡았다.
경찰은 이 가운데 혐의가 무거운 A씨를 비롯한 5명은 구속했다. 검거된 매수자 중 17명은 중국 국적 혹은 중국 교포였으며, 의무 복무 중인 현역 군인이 휴가 중에 마약을 매수한 경우도 있었다.
A씨는 외부인이 자주 들어와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주민의 신고를 꼬리가 밟혔다. A씨의 연락을 받은 매수자들이 통신단자함, 우편함, 계단 난간 밑 등을 뒤졌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따로 잠금 장치가 없어 현관 출입이 비교적 쉬운 다세대 주택을 거래장소로 이용했다.
경찰이 해당 다세대 주택의 CCTV를 확인한 결과 과거 A씨와 마약을 거래했던 매수자가 필로폰을 훔치기 위해 찾아보는 모습도 포착됐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판매자가 매수자에게 메신저 프로그램 등으로 ‘좌표’를 찍어주는데 동일한 장소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씨 등으로부터 시가 3억원에 이르는 필로폰 284.5g을 압수했다. A씨는 중국에 있는 공급책의 소개를 받아 국내에서 필로폰 400g를 5차례에 걸쳐 공급받아 소지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또 이를 다시 작게 나눠 약 2개월 동안 주택가나 특정장소에 배달하는 방법으로 유통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검거 사례에서 보듯 일반 시민들의 거주 공간까지 마약의 유통장소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며 “주택가의 우편함, 계단 등에서 수상한 물건이 보이면 즉시 신고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