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대 초 대구 지역의 풍물을 일본인의 눈으로 관찰하고 기록한 일본어 역사 기록물이 영남대출판부에서 한국어로 번역 출판됐다.
이 기록물은 일본인 가와이 아사오(河井朝雄)가 쓴 ‘대구물어(大邱物語)’. 가와이는 1904년부터 27년간 대구에 살면서 1904년부터 1910년까지 경험한 내용을 기록했다. 당시 대구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의 변화하는 모습을 연도순으로 자세히 기록했다.
그는 대구가 근대 도시로 발전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목격한 주인공으로 알려져 있다. 대구에 기반을 둔 신문인 ‘조선민보사’ 창간의 주역이자 언론인이어서 대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예리한 눈으로 관찰하고 기록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구물어’는 일본인들의 대구 정착 과정, 순종의 남순행, 일본 황태자의 한국 방문 등 당시의 문화와 사건·사고, 지역의 인프라 구축 과정 등을 자세히 담고 있다. 또 대구의 상업과 금융을 지배한 일본인, 대구에 부임한 사법·행정 관료 등도 역시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순종의 남순행(南巡幸)은 순종이 1909년 1월부터 6박7일간 직접 지방을 시찰해 백성의 고통을 알아본다는 취지로 대구-부산-마산 등 남쪽 지방을 돌아본 것을 말한다.
일본 황태자의 한국 방문은 한일합방 이전인 1907년 일본 황태자 요시히토 친왕이 순종 황제의 즉위식에 참석한 것이다.
‘대구물어’는 이런 까닭에 20세기 초반 대구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한국어 기록물이 매우 적은 상황에서 당시 대구의 민관 유력 인사들과 그 변화상을 자세히 엿볼 수 있는 귀중한 기록물로 평가받는다.
‘대구물어’의 대표 번역자인 영남대 인문과학연구소 윤경애 교수는 “기존의 번역서는 원서의 상당 부분이 누락돼 있고, 사료로서 중요한 인물들의 이름이 번역되지 않아 일본어를 모르는 연구자들에게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면서 “이번에 출간된 대구물어는 그러한 아쉬움을 상당 부분 보완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구물어’ 번역 프로젝트는 2021년도 영남대 LINC(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사업단(현 LINC3.0사업단)의 학과 취업역량 강화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영남대에서 일어일문학을 전공하는 학부 및 대학원 학생 12명 등 영남대 일어일문학과 근대사료번역팀이 맡은 것이다.
영남대 일어일문학과 최범순 학과장은 “지역의 중요 일본어 사료를 지역 대학의 관련 전공 학생들이 직접 번역·출판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