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욱 칠곡군수와 칠곡군민들이 튀르키예에 보낼 구호물품의 포장작업을 마치고 함께 모였다. /칠곡군

‘호국의 고장’으로 자부심 넘치는 경북 칠곡 주민들이 6·25참전국이면서 대지진으로 고통받고 있는 튀르키예 돕기에 팔을 걷어부쳤다.

26일 칠곡군에 따르면 칠곡군민들은 지난 15일부터 24일까지 열흘간 튀르키예 돕기를 위한 구호물품 모으기를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모은 구호 물품은 5t. 생리대, 기저귀, 보온병, 양말, 목도리, 핫팩, 겨울용 의류 등 지진 피해자들에게는 요긴한 물품이었다.

여기에는 초등학생부터 백발의 어르신까지 각계각층의 주민 2000여명이 참여했다. 모두들 자발적으로 흔쾌히 동참한 것이다.

이처럼 칠곡군민들이 구호 물품 모으기에 나선 것은 호국의 고장으로서 6·25참전국 튀르키예를 도와야 한다는 공감대가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6·25 최대 전투인 다부동전투가 벌어졌던 가산면의 주민이 튀르키예에 구호 물품을 보내자며 동참을 호소하자 모든 읍면이 적극 호응했다.

튀르키예 출신인 무스타파가 고국에 보낼 구호물품을 포장하며 차량에 싣고 있다. /칠곡군

게다가 칠곡에서 케밥 가게를 운영하는 튀르키예 출신 하칸(Hakan)과 무스타파(Mustafa)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구호 물품 모으기의 정성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하칸과 무스타파는 지진피해가 가장 컸던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 출신으로 가족이 죽거나 다친데다 살고 있던 집마저 흔적도 없이 사라져 고향에 남은 부인과 자녀 걱정으로 깊은 시름에 빠져 있었다.

특히 6·25참전용사의 후손이기도 한 하칸은 “지진으로 고향 마을이 통째로 사라졌다”며 “가족들은 매일 지진의 공포와 추위로 떨고 있다”고 현지 사정을 전했다.

무스타파는 지난 24일 칠곡군민과 함께 고향에 보낼 구호 물품을 포장하고 차량에 실으면서 “가족 생각에 가슴이 아프지만 우리를 도와준 칠곡군민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튀르키예로 보내기 위해 칠곡군민들이 모은 구호물품을 실은 트럭의 모습. /칠곡군

칠곡군민들이 모은 구호물품은 27일 튀르키예 대사관에 전달할 계획이다. 물품 전달은 자치단체의 도움 없이 홍보와 튀르키예 대사관 접촉은 물론 포장에서부터 인천공항 배송까지 주민 주도로 진행돼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물품을 담은 포장 상자는 지역 기업이 후원했고, 인천 공항으로의 운송은 5t트럭을 소유한 한 주민의 무료 봉사로 이루어졌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1950년의 아픔과 도움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칠곡군민이 너무 자랑스럽다”며 “물품 하나하나에 칠곡군민의 결초보은 정신이 담겨 있고, 튀르키예 국민이 지진피해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튀르키예는 6·25 전쟁이 발발하자 미국,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1만4936명의 전투병을 파병해 721명이 전사하고 2147명이 부상을 당했다. 부산의 유엔묘지에는 영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462명이 잠들어 있다.